진작 좀 그렇게 보여주지 그랬나! ‘남북정상회담 장소문제를 통한 김정일의 신변경호 알레르기’를 노출시켜 ‘김정일=겁쟁이’ 이미지를 부각시킨 심리전의 승리 북괴 김정일과 그 추종자들이 남북정상회담 제의 운운하며 제 딴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접견한 북한 특사조문단, 10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만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간접으로 김정일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만남을 위한 만남은 안 된다”며 이를 사실상 거절해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기싸움에서 지고 있는 인상을 부각시키는 모양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오히려 그러한 소극적 거부를 통하여 저들의 뒤통수를 후려친 모양이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이유를 ‘북핵 폐기’라는 관점에서만 관찰한 그들은 ‘회담장소’라는 전제 조건을 간과하였던 것이다. 이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차 출국하는 20일 청와대 측에서는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평양에 가서는 안 한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했으며, “우리에겐 장소도 아주 민감한 문제”라며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언급을 보면 과거 정부처럼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가 아니라 ‘언제든’까지만 언급하고 있다. 이걸 잘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작년 2월 취임사에서도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는 열려 있다”고 언급할 때도 ‘어디서든’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그 이후에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할 때면 늘 ‘언제든’만 있었다. 작년 4월 미국 CNN 인터뷰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주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했고, 이어 7대 종단 대표들을 만났을 때도 “내가 김정일 위원장과 못 만날 이유가 무엇이 있느냐.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나겠다”고만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중·일 3국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 구상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지 그러한 방침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관련 브리핑을 하며 “이 대통령은 언제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이 아니라 당국자 간 회담을 언급할 때는 ‘어디서든’, ‘어떤 기회라도’라는 등의 말도 함께 썼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참모는 “장관들은 몰라도 대통령이 직접 ‘어디서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그동안 메시지 관리를 해왔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모두 평양에 가서 회담했다”며 “이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더 이상의 평양행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는데, 이는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비판까지 받았던 과거 정부에 비해 최소한 ‘상호주의’에만 충실해도 대북정책 기조가 과거와 확연히 다름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덤으로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에 때맞추어 애국우파 사이트마다 “김정일이가 내려와 보든지”식의 조롱조의 비난과도 궤를 같이 하는데서 이번 발언은 어느 정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안도감을 갖게 한다. 필자의 생각에도 진정한 상호주의라면, 김정일이가 우리를 우롱할수록 우리도 그에 상응한 조롱은 있어야 한다. 그들이 ‘한반도 비핵화 등을 이용한 미북평화협정을 통하여 주한미군철수’를 노릴 때, ‘남북정상회담 장소문제를 이용한 김정일의 신변경호 알레르기 노출’을 이끌어낸 이번 조치에서 우롱에는 조롱이라는 상호주의 정책의 묘미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여겨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회담장소 문제를 이용한 김정일의 공포감 노출’ 전법에 박수를 보낸다. 김정일이 신변위협 알레르기 때문에 남한에서 정상회담하길 두려워하는 ‘겁쟁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노출시킨 이번 사례는 김정일과의 개인적 심리전에서 이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말싸움에서라도 이번엔 이긴 것이다. 이명박 아저씨! 멋져요! 부라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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