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인민공화국이 설 곳은 없다
배 용 교수
인민공화국(Marx-Lenin주의 국가)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이 붕괴 된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 후, 세계는 Pax Americana를 외치는 미국 일극체제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국력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정치 기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예일대 Kennedy교수의 비관론처럼, 중국이 세계 정치 외교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갈 것이고 상대적으로 미국은 점점 쇠퇴해 결국 G1자리를 중국에 넘겨줄 수도 있을 것이란 견해가 있다. 반면, 컬럼비아대의 Ikenberry교수나 Friedman 안보전략가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는 아직도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은 어떤 경우라도 앞으로 100년간은 절대적 우위는 아니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강자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중국/북한/종북좌파 세력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등소평이 개혁개방을 외친지 어언 30여 년, 중국은 그 동안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지금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GDP국가가 되었다. 이런 경제적 성공을 바탕으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올해는 상하이에서 세계EXPO를 역대 최대규모로 치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성공에 고무된 중국은 이제는 미국더러 ‘중국과 한판 붙을 준비가 되어있는가?’라고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의장국을 자처하여 북핵 해결사처럼 행세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이런 꽉 막힌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인상을 준다. 천암함 사태에서는 아예 드러내놓고 북한 편을 들고나서면서 한미연합 대잠수함 군사훈련도 자기나라에 긴장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하지 말라고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안하무인이 되고 있다. 국가전략에 바탕을 둔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필연적으로 동아시아와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이익과 부딪치면서 새로운 냉전의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Marx-Lenin주의와의 대결에서 우리가 절대적 우위에 설 수 있는 지렛대는 인권, 정의, 문화, 국가의 품격, 지식정보화 사회, 그리고 세계화이다. 이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체계이며 새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체계와 새로운 시대적 패러다임은 Marx-Lenin 주의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권과 정의는 실과 바늘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rx-Lenin주의에는 인권이 없다. 인간의 영혼은 인정되지 않고 인간 개개인은 유토피아 달성을 위한 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필요에 따라서는 희생의 대상이 되어도 좋다. 그래서 종교도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력은 생산 수단일 뿐이다. 천안문 사태, 티베트 사태, 신장/위구르 사태에서 보여준 중국정부의 잔인한 진압방법이 중국의 인권상황을 똑똑히 보여준다. 세계에서 사형이 가장 많이 집행되는 것도 중국이다. 정치범은 물론이고 부정축재, 마약밀거래 등 사회적 범죄에도 사형이 언도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10여 년 전에 아프리카 수단(다르푸르)에서 발생한 내전에서 수단정부는 민간인 20만 명을 학살했다. 이 문제로 수단은 UN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제재 위기에 처했었는데,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수단에게는 제1의 석유수입국이며 최대의 무기 공급국인 중국이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수단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수단 외에도 중국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천연자원 개발과 무기공급으로 영향력을 키우면서 인권과 정의는 외면하고 국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한 아웅산 수키 여사를 수십 년간 억압하고 있는 미얀마 정부를 두둔하고 경제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중국이다. 중화인민공화국에는 정의와 인권은 없고, 국가이익만 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Marx-Lenin주의의 가치는 자본재(생산설비 등), 노동력, 고정자산(토지, 공장건물 등)인 반면, 새 시대 패러다임(지식정보화 사회)의 가치는 지식/지식노동자와 정보/정보처리능력이다. 중국이나 북한이나 남한의 좌파는 철지난 산업사회의 잔재인 Marx- Lenin주의의 가치를 아직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영토(고정자산)와 13억 인구(노동력)으로 아직까지 세계의 생산기지(대량생산 공장) 역할을 담당하면서 성장해 오고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임금의 덕택이라고 봐야 한다. 중국도 경제성장에 따라 임금이 상승되고 1차적 욕구(기본적 욕구 – 의식주)가 해결되면 2차적 욕구(사회적 욕구 – 인권/프라이버시, 사회적 지위)가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그 때가 되면 중국은 크나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Marx-Lenin주의적 정치체제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은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두터운 벽이 있다. 그래서 중국은 같은 정치체제인 북한을 편들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없어지면 중국은 이질적인 한국과 직접적으로 체제대결(가치 대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치 대결에선 중국이 우리나라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지식정보화 사회는 필연적으로 세계화를 초래한다. 세계화 시대에는 세계가 통하는 표준/룰(규약)이 나타나게 되고 모든 국가나 사회는 세계의 표준/룰을 따르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인정하는 표준/룰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북한/이란핵 문제, 다르푸르 학살 문제, 미얀마 인권 문제, 천암함 문제, 등에서 중국은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했다. 무선전화기의 무선시스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을 거부하고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자기 나라 고유의 방식을 고집하여 관철시켰다. 포털 싸이트 Google과의 알력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경제는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전체 GDP의 70%가까이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즉 무역으로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자본의 직접투자가 1,000억 달러에 달해 중국은 세계 최대 투자유치국이다. WTO의 혜택을 제일 많이 받는 나라가 중국인데도 그들은 세계화를 거부할 때가 빈번하다. 만일 해외의 무역 상대국들이 투자를 회수하고 수입/수출을 거부한다면 중국 경제는 붕괴되어 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세계의 표준/룰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
19세기 초(청나라 말기)부터 중국은 국력이 쇠약해지면서 문화의 공백기에 접어든다. 아편전쟁, 태평천국의 난, 의화단의 난, 신해혁명, 공산혁명 등을 거치면서 중국은 문화와 전통을 지킬 여력이 없었다.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문화적 전통을 중국 공산당이 이른바 ‘문화혁명’으로 모두 파괴해 버렸다. 중국에는 아무런 종교도 없다. 중국의 전통 사상이었던 유교의 흔적도 한국에 더 많이 남아 있다. Marx-Lenin 주의자들은 모두 후안무치인가? 거짓과 왜곡을 일삼으면서도 뻔뻔하고 부끄러운 줄 모른다.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고구려 발해를 중국의 역사라 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 등을 통해 상고사 재편 작업으로 단군까지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 하고 있다. UNESCO가 정한 세계문화유산도 만리장성 자금성 진시황릉 황산 노산 무이산 등 옛 역사유적과 자연경관이 대부분인 반면,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팔만대장경 동의보감 조선왕조실록 강강술래 판소리 처용무 강릉단오제 등 무형문화재 면에서는 중국보다 강하다. 여느 인민공화국이 그런 것처럼, Marx-Lenin주의 정치체제 아래에서 문화란 체제선전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것 밖에는 없다. 그래서 새 시대의 패러다임에 젖어든 중국인들 특히 중국 젊은이들이 ‘한류(韓流 – Korean wave)’에 열광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중국이 변하지 않으면 문화면에서는 중국은 우리나라의 속국이 될 수도 있다.
국가의 품격은 인권 정의 문화의 바탕 위에 국민의 의식수준과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과 인류에 대한 경외심의 발로라고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아직 선진국들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남의 나라 역사를 자기들 것이라고 억지부리고 아메리칸 인디안도 징기스칸도 중국사람이라고 우긴다. 골프도 축구도 중국이 종주국이라고 한다. 중국은 짝퉁제품과 지적재산의 해적판 천국이고, 불량식품의 왕국이다. 그 드높던 국가자존심은 다 어디로 가고 남의 나라가 오랜 세월 애써 이룩한 기술과 명성을 해적질하여 돈벌이에만 급급하는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고 자기 나라의 국익을 위해 세계의 룰에 정면으로 맞서기도 한다. 비위생적이고 무질서하며 남을 배려하는 에티켓이 없다.
고대 로마 때 독일은 야만족(게르만 족)으로 정벌의 대상이었고, 수 세기 동안 게르만 방벽을 사이에 두고 로마제국과 끊임없이 싸웠던 철천지 원수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로마가 자기 나라 방위를 위해 세웠던 거점 도시들(레겐스부르크, 아우구스부르크, 쾰른 등)은 그 유적은 말할 것도 없고 이름도 전통도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도 고대 로마 시대 수 세기 동안 로마의 속국으로 로마 시대의 지명(프로방스, 마르세이유, 브리따뉴, 브루고뉴,등)이나 전통이 남아 있다. 중국은 어땠는가? 정복하면 상대국의 문화/전통을 깡그리 없애버리고 중국 것을 강요한다.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의 언어 문화 전통을 억압하고 창씨개명까지 강요했던 것처럼… 독일과 일본의 예를 보면 국가의 품격이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 수 있다. 일본이 수십 년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국가의 품격이 모자라 국제적으로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EU의 지도국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이 과거 춘추전국 시대를 비롯하여 당나라 명나라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경제력 군사력 외에도 뛰어난 과학기술과 찬란한 문화가 있어서 문화적 용광로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도 없고 오늘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정의도 없다. 국가품격이나 세계화와도 거리가 멀다. 이러한 잣대로 보면,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사악한 무리이다. 즉 악의 축이다. 고대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여러 이민족들과의 보편적 가치의 공유(예컨데 Pax Romana-로마에 의한 지중해 평화), 사회정의(예컨데 Noblesse Oblige), 다민족/다문화의 수용(예컨대 다신교/기독교/이집트 오시리스-이시스),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이 수십 년간 Pax Americana를 구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북한도 중국도 존재 가치가 없는 인민공화국을 버리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다. 중화인민공화국, 조선인민공화국, 그리고 남한인민공화국(종북좌파 세력)은 이 지구상에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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