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하는 거냐. 집회신고는 했냐. 왜 신자들 보는데서 X랄이냐” 10일 일요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신당동 청구성당 앞에서는 한 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한국가톨릭나라사랑기도회(이하 기도회)’ 소속 한 회원이 정의구현사제단(이하 정구사)의 ‘용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자 대미사 참석을 위해 성당을 찾은 평신도들 일부가 강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항의에 나선 신도들은 ‘성당과 그 주변은 신성한 곳’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1인 시위자의 등장을 결사적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신성한 곳’을 찾은 그 신도들의 입에서는 ‘X랄’, ‘이 X끼’ 등의 결코 신성하지 않은 폭언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1인 시위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밀치고 피켓을 빼앗으려 팔을 비틀기도 했다. 1인 시위자가 들고 있는 두 장의 스티로폼 패널을 이어 붙인 피켓에는 ‘정의구현사제단 교회질서 무너뜨리지 말고 용퇴하라!!’, ‘교회분열 조장하는 정의구현사제단 해체하라!!’라는 글이 쓰여 있다. 정구사의 수장 격이 함세웅 신부이고, 함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는 곳이 바로 청구 성당이다. 한 바탕 소란이 끝난 뒤에야 1인 시위자에게 ‘정구사 해체’ 주장에 대한 이유를 묻자, 그는 “가톨릭은 교회법 상 ‘순명’의 원칙이 있다. 그런데 함세웅 신부를 포함한 정구사 소속 신부들은 교황청이 임명한 정진석 추기경에게 ‘용퇴하라’고 압박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는 ‘순명’의 원칙을 어긴 것이고, ‘순명’을 어긴 신부는 자격이 없다. 추기경에게 ‘용퇴’를 강요한 그들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세웅 신부를 ‘아버지’로 둔, ‘신성한 곳’에 다니는 신도들은 1인 시위자에게 달려들어 고해성사라도 하듯 마음속 말들을 모두 토해냈다. “너는 뭐하는 놈인데 신자들 보는 곳에서 이 따위 짓이냐”, “미친놈 X랄 하네”, “이런 건방진 놈, 똑바로 살아라”, “어디서 사주를 받았냐” 등 너무 많은 말들 속에 욕설과 폭언까지 곁들여져 받아 적기 힘들 정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열심히 항의하던 한 신도가 느닷없이 “근데 정의구현사제단이 뭐냐?”며 옆의 또 다른 신자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함세웅 신부가 주축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런 것인지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무튼 옆의 그 신도는 갑자기 할 말을 잃고 질문한 신도를 바라봤다. 치사한 장면도 나왔다. 성당 입구 바로 앞에 서 있던 1인 시위자에게 한 신도가 “이곳은 성당 땅이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소위 ‘니땅 내땅’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시위자는 어이가 없었던지 헛웃음을 눌러 삼키며 “그럼, 여기서 하면 되죠?”라면서 입구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땅’ 소유권을 주장하던 신도는 “거긴 돼”라면서 성당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감정 정리가 안 된 몇 몇 신도들은 취재차 들린 기자에게도 따지기 시작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두 남성 신도가 취재진을 잡아먹을 듯 달려들어 “사진 찍지 마라. 왜 사진 찍고 X랄이냐”고 욕설을 퍼부었다. 30대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 신도는 “너는 어느 우익 언론이냐. 일당 얼마나 받냐. 돈 받고 하는 거 다 안다”고 소리를 질렀다. 무엇을 다 안다는 말인가? 그는 돈 받고 정구사를 감싸고, 돈 받고 취재진에게 폭언을 한다는 말인가? 한 남성 신도가 1인 시위자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정구사가 해체해야 하냐.” 그러자 시위자는 두 가지 이유라며 “교황청이 임명한 추기경을 물러나라고 요구한, ‘순명’을 어긴 죄”와 또 하나는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북한 정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은 발언 등”을 꼽았다. 이성적 대화가 진행되나 싶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그 신도는 곧 바로 “에이 이러지 마라. 똑바로 살아라”라고 말한 후 사라졌다. 미사가 시작된 듯 민감하게 반응하던 신도들은 모두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1인 시위자는 미사가 끝나는 1시간 뒤 다시 와야겠다며 자리를 막 뜨려는 순간 카키색 코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한 여성이 “지금 뭐하는 거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성당 신도이거나 관계자인 듯 했다. 40대로 보이는 이 여성은 시위자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우리나라가 잘못돼 있는 건 다 아는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 사주를 받고 왔냐. (정구사) 반대 세력은 다 수구 세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개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세력이다”라고 비난하고는 성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계속 뭐라고 쏘아댔다. 피켓 어디에도 한나라당을 연결 지을 만한 정치적 글귀는 쓰여 있지 않았다. 다만, ‘정구사 해체’ 요구만 적혀 있을 뿐인데, 망설임 없이 ‘한나라당’을 거론한 것을 보면 정구사가 단순한 ‘종교 내’ 단체, 순수한 ‘원로 사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반응이라 볼 수 있다. 미사가 끝나고 신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처음의 그 상황이 또 다시 되풀이 됐다. 아까 그 신도들은 1인 시위자에게 다가와 거친 말을 내뱉었다. 조금 다른 상황도 발생했다. 여러 신도들이 1인 시위자를 둘러싸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바라보던 한 남성 신도가 다가가더니 “이분은 자신의 주장을 하고 있는 거다. 그걸 여러 사람이 몰려들어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 이분도 이렇게(1인 시위) 할 권리는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뜨악해진 분위기로 눈은 ‘이 신도’에게 쏠렸다. 한참 공격에 열을 올리던 신도들은 타깃을 바꿔 입을 열려는 찰나, 같이 온 일행으로 보이는 한 여성의 “그냥 가자”라는 말과 함께 손에 이끌려 ‘이 신도’는 자리를 떠났다. 미사가 끝나고 나온 신도들은 1인 시위자에게 다가와 거친 말을 내뱉었다. 여러 신도들이 1인 시위자를 둘러싸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바라보던 한 남성 신도가 다가가더니 “이분은 자신의 주장을 하고 있는 거다. 그걸 여러 사람이 몰려들어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 이분도 이렇게(1인 시위) 할 권리는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도회는 가톨릭 신도뿐만이 아닌 범종교적 시민들로 구성되었다 한다. 앞서도 밝힌 바와 같이 종교의 지나친 정치 관여를 염려하고, 특히 가톨릭 절대 원칙인 ‘순명’을 어긴 사제들의 ‘퇴출’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에 앞서 얼마 전 한 가톨릭 평신도 단체는 교황청에, 추기경에게 ‘용퇴’ 압력을 행사한 정구사 소속 사제들의 ‘파면’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교황청 대사를 통해 보낸 이 서신에는 교황청이 임명한 추기경을 한국의 일부 사제가 ‘물러나라’고 집단행동을 벌인 것과 관련, 교회법에 의거해 ‘순명’을 어긴 사제들을 파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교황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함 신부 등 정구사 소속 사제들은 지난해 12월 정 추기경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꼭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용서를 구하고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용퇴하라’는 요지의 기지회견을 가졌었다. 뉴스코리아 www.newskorea.inf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