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대에서 전단지 나누고 서명운동 벌이며 보니, 한미연합사 해체 ‘안 될 말’ VS ‘하든 말든’ 나 몰라라?
현 상태라면 2015년 12월1일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전환된다. 대한민국의 안보 울타리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한미연합사도 해체된다. 북한 집단은 근래 서울을 넘어 ‘워싱턴까지 불바다’에 ‘성전’ ‘핵단추 한번 누르면 끝장’이라는 공갈 협박과 겁박으로 국민의 피로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 같은 도발위협이 끊이지 않는 비상 국면은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위를 앞으로도 계속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으로 내몰게 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22일 “(전작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를)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미국과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두 나라가 합의한 대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기정사실화 했다. 결론적으로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는 한 불변의 계획대로 밀고나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조건은 있다. 내년 3월과 8월 진행될 한-미 연합 ‘키 리졸브’(KR) 훈련과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연습, 그리고 전환 연도인 2015년 4월 이전 최종 점검 등 세번에 걸친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정상적 추진”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지켜보는 보수시민단체의 시각은 전혀 마뜩잖다. 인생의 태반을 오직 국가와 군을 위해 신명(身命)을 바쳐 온 군 원로 등 예비역(단체)과 보수 시민단체의 입장은 단호하다 못해 싸늘하다.
3차에 걸친 핵실험, 소형화 경량화를 목표로 한 핵탄두 개발과 동시 다발 미사일 발사 등 독기를 품고, 기를 써가며 선전포고에 다름 아닌 협박이 대한민국 심장부를 겨누고 있는 차제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 한미연합사 해체 = 무장해제’ 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현재로선 전혀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다.
더욱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 계획을 현행대로 시행케 될 경우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제와 전쟁발발 시 미군의 자동개입 보장이 불가’해지고,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시 억지력 약화 및 국가신인도 하락과 경제 침체’, ‘동북아 세력 불균형으로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개입 억제 능력 제한’ 등이 불을 보듯 환한 이치라는 게 일관된 시각이고 주장이다.
따라서 재향군인회 등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미연합사 해체를 연기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앞서도 밝혔지만 그러면 왜 ‘한미연합사 해체’가 문제시 되는가?
한미연합사는 1978년 11월7일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창설됐다. 전쟁을 억제하고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후 북한의 무력도발은 거의 억제되었다. 한국은 국방비를 절약하며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우뚝 섰다. 한미연합사도 발전을 거듭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임무는 ‘평시 전쟁을 억제하고, 억제에 실패해 전쟁이 발발하면 최단기간 내 북한군을 궤멸하고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2012년 4월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 받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려 했다. 이 계획은 참여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03년 1월 인수위 시절부터 은밀하게 추진하다 취임 후 전격 시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방자주권’이란 미명으로 국민을 호도하며 애초부터 잘못된 목적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227개 보수단체가 연합해 2006년 9월부터 2010년 5월까지 3년8개월 여에 걸쳐 전개한 ‘북한 핵 폐기 및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1천만 서명운동’ 에 우리 국민 1,007만 명이 참여했다. 참으로 놀랍고 엄청난 국민적 응집력과 괴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한미연합사 해체’는 국가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 과제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본부는 이 서명운동 결과를 곧바로 한·미 양국에 전달해 2010년 6월 26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합의해 한미연합사 해체시기를 예정보다 3년 7개월여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연기의 필요성을 양국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명운동을 이끈 김영관 (한미연합사해체 반대 1000만인 서명운동본부장) 전 해군참모총장의 발언을 귀담을 필요가 있다.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전쟁억지력 측면에서 한미연합사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미국에서 이륙한 B-2 폭격기가 한반도까지 바로 출격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한미연합사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도 한미연합사의 대북억지력을 믿고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안보현실은 더욱 위중(危重)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은 불한당 집단은 개성공단을 볼모 삼고 최고조 수위 전쟁위협으로 국민을 겁박(劫迫)하고 있다. 그러기에 불과 2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15개 단체로 구성된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가 다음달 2일 서울역광장에서 국민적 각성과 더불어 ‘연기 촉구 국민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봄비가 내리던 지난 23일 오후 필자는 광화문 지하철 입구에서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캠페인과 서명운동에 나섰다. 지나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배포하며 서명 참여를 권유했다. 시기적으로 민감한 터라 내심 반응이 궁금했다. 시민들의 의사 표현은 다양했다.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산으로 가리고, 고개를 젖고, 펼쳐놓은 '한미연합사 해체를 연기하라! 고 새겨진 베너를 설핏 쳐다만 보고, 말없이 다가와 먼저 서명하고, 지나치다 다시 돌아와서 “분명하게 해야한다”며 서명에 동참하는 등.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지하보도는 시민들로 붐볐다. 학생에서 직장인, 주부, 외국인, 젊은 사람과 연세 지극하신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바쁘게 이동하고 있었다. 어깨띠를 두르고 전단지를 나누며 취지를 설명하는데 열(10)에 칠(7) 정도는 무심해 했다. 대체적으로 20대는 외면, 30,40대는 시큰둥, 장․노년층은 긍정과 외면이 반반 정도!
전단지를 받고 관심을 보인 어떤 분은 “정부가 어련히 알아서 할 텐데 왜 당신들이 나서서 그러느냐?”고 힐난조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반대로 “당연히 해체되어서는 안 되죠. 적극 나서야 합니다. 대단히 수고가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며 격려의 말을 전하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계셨다.
또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전단지와 서명 장면을 휴대폰 촬영 후, 서명지에 기록하고는 “수고하세요” 인사말까지 남기고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유사시 대한민국 안보에 주요 핵심 동력이 될 ‘한미연합사 해체’(2015. 12.1) 사안에 대해 시민들은 ‘무관심으로 아예 모르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해 이를 재연기해야 한다’, ‘자주권 차원에서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부류로 크게 대별되어 지고 있음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불과 3년여 전 1천만이 서명에 참여했었는데......
캠페인을 마치고 돌아서는 필자의 마음은 착잡했다. “대한민국에 있어 ‘안보’는 단순히 ‘생활’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생명,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하는 마음에, 지금과 같은 난국 속에서도 이렇다면 더 이상 먼 산 구경하듯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강한 생각이 일렁였다. 나와 내 가족,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해서.
이 현 오 (칼럼리스트)/코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