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핵 테러(10kt급) 일어나면?
김관진(金寬鎭) 국방부장관은 4월 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우선순위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우려되는 것은 도발 주체가 불분명한 후방 테러, 폭발, 암살 등이 주종을 이루지 않겠느냐”며 북한의 대남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7월 3일, 합동참모본부는 국정원, 외교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테러 대비 전술 토의를 가졌다. 이날 박선우(朴宣宇) 합참 작전본부장은 “북한이 대남 도발과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테러가 일어나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티 밤, 방사능 물질 확보·제조 간단해
- 북한은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불바다’ ‘핵 선제타격’ 등 대남 핵 공갈을 계속했다.
북한은 핵, 생물, 화학 무기 등의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대남 테러에 이용한다면 우리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 생물, 화학 무기도 최고의 살상력을 가진 테러 수단이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핵’이다. 올해 초부터 북한이 ‘제2의 조선전쟁’ ‘핵 선제타격’ ‘핵찜질’ 등을 운운하며 대남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진짜 북한이 핵을 이용한 대남 테러를 자행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최근 《월간조선》은 서울 여의도에서 10kt 규모 핵 테러가 발생하면 ▲사망 24만여 명 ▲경제적 손실 1575조원 ▲방사능 오염 면적 2788km² ▲소개·대피 인구 217만명 등의 피해가 발생해 ‘국가 위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은 외교통상부(현 외교부)가 지난해 3월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자력 전문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제출받은 정책연구보고서 <핵·방사능 테러 발생 시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이다. 이는 핵 테러를 가정한 첫 정부 용역보고서다.
핵·방사능 테러란, 방사성 물질을 표적 지역에 유포, 확산시켜 인체의 방사선 피폭을 포함한 방사능 오염을 유발하는 테러 행위를 말한다. 문건은 방사성 물질을 폭약과 함께 폭발시키는 방사능 확산 폭탄(RDD·Radioactive Dispersion Device), 핵 분열성 물질로 제조한 조잡한 핵무기를 폭발하는 급조형 핵 장치(Improvised Nuclear Device·IND)를 이용한 테러의 피해 규모를 예측했다.
더티 밤 폭발 시 75명 죽고, 102조원 피해 발생
RDD는 의료·산업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사성 물질을 재래식 폭약으로 싸서 터뜨리는 폭발물로, 흔히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불린다. RDD를 이용한 테러를 하기 위해선 먼저 방사성 물질을 구해야 한다.
문건에 따르면 RDD에 사용하는 방사성 물질은 사회 전반적으로 이용돼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고, 반감기(半減期)가 충분히 길어서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기 중으로 확산이 잘돼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자·분말 형태여야 하며, 취급하는 사람의 방사선 피폭이 작은 물질이어야 한다. 문건은 이 조건에 부합하는 방사성 물질 9종 중 세슘-173이 RDD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집계한 <1993~2004년간 방사성 물질 불법 거래>에 따르면 세슘-137의 밀거래가 전체의 42%로 가장 활발하다.
문건은 RDD에 쓰이는 세슘-137의 방사능 규모를 100TBq(테라 베크렐, 1TBq=1조Bq), 테러 발생 장소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부근으로 설정했다. 베크렐은 방사능 물질의 방사선 방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국제단위다. 1TBq은 엑스레이 검진을 받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4만6000Bq)의 2174만배다.
문건에 따르면 가상 RDD 테러에 의한 인명 피해는 폭발에 따른 사망자 75명이다. 이 밖에 주민 대피·소개, 제염(방사능 오염 제거) 등의 비용 발생이 직접적인 피해다. 소개(疏開), 대피 인구는 각각 46명, 1256명이다. 제염 면적은 서울의 42%에 해당하는 254.3km²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하는 총 40조1381억원으로 평가됐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인명손실 527억원 ▲소개·대피 2억5000만원 ▲제염 38조7821억원 ▲건물 및 시설 손실 1조3028억원 등이다.
간접 피해도 발생한다. 방사능 테러로 인한 국내 화폐가치 하락, 주가 폭락, 자본 이탈 등 금융 부문의 손실이 발생한다. 국제신인도는 하락하고, 안보리스크는 증대된다. 민간 소비와 투자, 수출은 감소한다. 문건에 따르면 테러 발생 이후 4분기 동안의 간접 피해액은 총 61조7523억원이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 감소 13조6793억원 ▲민간투자 감소 23조1330억원 ▲관광산업 수출 감소 4조7478억원 ▲농수산업 수출 감소 3196억원 ▲음식료산업 수출 감소 2조4247억원 ▲생산 차질로 인한 부가가치 감소 17조4479억원이다.
종합하면, 서울 여의도에서 100TBq 규모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RDD 테러가 일어나면 75명이 사망하고, 약 102조원의 직간접 경제 피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핵 테러(10kt) 발생 시 24만여명 사망, 1576조원 피해 발생
급조형 핵장치(IND)를 이용한 테러는 RDD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타격을 준다. 실현 가능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IND 테러가 일어날 경우엔 ‘국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연간 GDP에 버금가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부근에서 10kt 규모의 핵 물질이 폭발하면 반경 270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주변 건물과 함께 증발한다. 문건에 따르면 이때 사망하는 사람이 4604명이다. 그리고 전리 방사선에 의한 사망자 9만6533명, 방사성 물질의 대기확산에 따른 사망자 15만9587명이 발생한다. 이 중 사망원인 간 중첩되는 인원을 제하면 총 24만1640명이 사망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명피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170조658억원이다. 핵 폭발이 일어나면 인근 1054.43km²의 주민 216만6275명을 소개·대피시켜야 하는데, 7937억원이 든다. RDD 테러와 마찬가지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은 제염 작업을 해야 한다. 문건은 IND 테러로 방사능 오염 지역을 제주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2788km²로 추정했다. 제염 비용은 425조2389억원이다. 여기에 건물, 설비 등 유형고정자산의 피해액 87조1785억원을 합하면 총 683조2770억원의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
간접 손실의 경우는 짐작하기 어렵다. 핵 테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얼마 만에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건에선 일단 3년 동안의 경제 피해 규모를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1년 544조2887억원 ▲2년 242조6580억원 ▲3년 105조4523억원 등 총 892조3990억원의 간접 피해가 발생한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19/2013071901703.html?news_Hea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