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명은 “박근혜와 그 일당이 그 누구(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미명하에 외세와 야합하여 체제(북한)전복을 노리고 우리의 핵무장을 해제하려고 분별없이 달려든다면 스스로 제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고 막갔다. 북한의 9.4 비난 성명은 박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 경축행사에서 밝힌 대북 경고에 대한 대응이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제 무덤을 파는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서기이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에 집착한다면“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결과를 자초할 수 밖에 없다는데서 그렇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면 북한 경제를 더욱 피폐시킬 뿐 아니라 국제적인 대북 경제제재를 더 더욱 강화시켜 북한 경제를 더 한층 어렵게 만든다. 핵 집착에 따른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위협도 남한의 대북 경각심을 고조시키며 대북 경제협력에 제동을 걸게 한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집착은 북한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며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김정은 권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길이다. 김정은의 살 길은 핵을 포기하는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앞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고 무덤으로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작년 4월 헌법을 개정해 서문에서 ‘핵보유국’임을 명기했고 올 6월 개정된 ‘노동당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서도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군사력과 튼튼한 자립경제를 갖추게 됐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올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는 “핵무력과 경제발전을 병진”한다고 했다. 그러나 핵과 경제발전 병진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격이라는 데서 불가능하다.
김정은은 지난 4월 “경제개혁의 기수” “친(親)시장파” 등으로 알려졌던 박봉주 총리를 다시 6년 만에 총리고 기용했다. 10월1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내년부터 ‘경제관리개선체계’에 따라 공장과 기업소의 생산, 판매, 경영, 고용, 임금, 수출 등을 공장과 기업소 책임자가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로 방향을 트는 북한 정권 출범 후 가장 획기적인 경제개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관리개선체계를 위한 교육에도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인용한 6월의 개정판 노동당 유일사상 10대 원칙에서는 여전히 ‘주체혁명’과 ‘자립경제’를 강조하며 ‘부르조아 사상’과 ‘사대주의 사상’ 반대 항목을 새로 삽입시켰다. ‘부르조아 사상’과 ‘사대주의 사상’의 ‘반당적‧반혁명적 사상 조류를 반대하여 투쟁하며 김일성‧김정일 주의의 순결을 고수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김정은이 ‘주체혁명’과 부르조아 사상을 반대하고 ‘김일성‧김정일 주의’에 묶여 있으며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은 결코 외자 의존적인 시장경제체제로 들어갈 수 없다. 단지 박봉주 총리가 추진하는 ‘경제관리개선체계’ 처럼 공장과 기업소의 자율성 보장과 경제특구 확대 정도로 그칠 수밖에 없다. 1978년의 중국처럼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 전체 사회를 개방하고 토지와 기업의 개인소유를 허락하며 중국의 경제구조를 국제사회에 편입시킬 수 없다. 김정은이 북한을 개방할 경우 개방의 틈을 타로 들고일어난 민중 봉기로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처럼 자신도 체포돼 처형된다고 떨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차우셰스쿠의 신세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길도 없지는 않다.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접고 핵을 포기하며 중국처럼 시장경제 체제로 들어가면 된다. 남한과는 적화책동이 아니라 평화공존으로 나서면 된다. 그렇게 가면 북한 주민 2400만은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되고 탄압에서 행방될 수 있다. 남한과는 평화공존과 공영(共榮)은 물론 평화통일의 길도 열릴 수 있다.(konas)
정용석 /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