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30일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등 두 곳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보선·재선에서 모두 패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지난 4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 3곳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실시된 재·보선 5곳에서 전패(全敗)를 기록했다. 패배도 보통 패배가 아니다. 경기 화성갑에선 지난해 12월 대선 때의 득표율 차보다 배 이상 벌어진 33.5%포인트 차로 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여당 후보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참패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재·보선은 원래 야당에 유리한 선거다. 재·보선에선 유권자의 심리가 바로 얼마 전에 정권을 잡은 세력에 대한 견제 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07년 12월 대선에서 520만표 차로 크게 졌지만 여섯 달 뒤 재·보선에선 승리를 거뒀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연패(連敗)했던 한나라당 역시 2004년 6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실시된 재·보선 67곳 중 63곳을 휩쓸면서 정권 교체로 가는 길을 열었다.
민주당은 올해 재·보선 두 번이 대부분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스스로를 속이는 속임수일 뿐이다. 두 차례 재·보선 5곳 중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영남은 2곳뿐이었고, 나머지는 수도권 2곳과 충남 1곳이었다. 민주당은 2011년 여당이 절대 유리하다는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의 재·보선 연패의 진짜 의미는 대선 후의 민주당이 대선 전보다 더 국민의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반년 가까이 천막 당사, 전국 시위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공세를 펴 왔지만 남은 것은 선거 패배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금 걷고 있는 투쟁 노선이 스스로 원해서 가고 있는 길인가, 아니면 당내 역학 관계나 외부 압력 때문에,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는가. 원해서 택한 길이라면 끝까지 가봐서 그 결과를 절절하게 체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고 지금의 이 노선이 남에게 끌려가는 길이라면 이쯤에서 민주당이 국민 속 어디에 서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31일 "개인적으로 (지난 대선 때)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는데 반드시 국민에게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묻겠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번 의혹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요구한 사과나 책임자 처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심을 얻는 경쟁을 벌일 것인지, 아니면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인지는 민주당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6개월에 걸친 천막 당사와 장외 집회의 득실을 따져보면 결론은 자명(自明)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