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聖職者)라는 낱말에 대하여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거룩한 직업’이 따로 있겠습니까?
스님이 되고 사제가 되고 목사가 되는 일이 ‘거룩하게’ 느껴지던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이 되기를 바라는 불자(佛子)들을 선도할 책임을 지는 것이고,
사제(司祭)는
하느님(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를 도맡은 사람이고,
목사는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어린 양들을 돌보는 책임이 있다고 믿고,
그들을 ‘성직자’라고 부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어의 ‘클러지(Clergy)’라는 낱말에는
‘거룩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평신도(平信徒 - laity)’와 구별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말일 것입니다.
스님들의 세계를 나는 잘 모릅니다.
다만 천주교와 개신교의 ‘성직자들’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진 어떤 인간이건 부정부패의 원인은 하나입니다.
타고난 본능에 대한 조절이 어렵게 되는 겁니다.
식욕과 성욕 - 먹을 것과 이성(異性)에 대한 욕망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비리가 생기는 겁니다.
부양가족이 없는 스님이나 신부는 돈에 대한 욕심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이성에 대한 욕구는 평신도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성 불구자를 신학생으로 받아주지 않을 뿐 아니라 주교나 사제로 임명되는 서품(敍品)이 ‘불가(不可)’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제들도 그 문제를 가지고 계속 고민하고 싸우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대처승(帶妻僧)이나 개신교 목사에게는 성욕만이 문제가 아니고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마저 짊어져야 하니, 신부들보다도 더 힘들고 위험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내가 보기에 개신교 목사들은 ‘돈과 여자’ 때문에 타락하기 쉽고
신부들은 정치적인 정의를 구현한답시고 십자가를 들고 길거리에 나와서
자기들 자신도 잘 모르는 문제를 가지고 시위를 하는 겁니다.
그것이 어쩌면 성욕과 식욕을 억제하는 일에 다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평신도 여러분,
스님이나 신부나 목사의 비리에 대하여 좀 배려가 있고 조금 더 관대하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코나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