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러 국가·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표명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유엔을 비롯, 세계가 북한 인권을 규탄하고 있음에도 정작 민주당은 이를 외면·호도(糊塗)해왔기 때문이다. 인권은 진보의 가치처럼 여겨져왔고, 민주당은 ‘민주·진보진영’을 자처해 왔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특히 장성택 공개 처형을 계기로 북한 정권의 인권 말살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직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인권과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인권민생법’을 당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복잡한 당내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18·19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제안했던 ‘북한민생인권법안’이 사실상 북한인권법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는 단어의 순서만 바꿨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대표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전혀 없는데도 5·24 대북 제재조치의 해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2005년 17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처음으로 발의된 이후 민주당은 9년째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문제 삼는 부분은 ‘민간단체 지원 조항’으로 북을 자극해 남북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궤변이다. 미국이 2004년 제정한 북한인권법이나 일본이 2006년 제정한 북한 인권 관련법은 북한 인권운동단체와 탈북자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핵심이다.
민주당이 북한인권법 제정에 앞장설 경우 ‘안보 무능’ ‘종북 숙주’ 정당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말장난으로 그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신장과 탈북자 보호,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 등이 핵심이다. 본연의 취지를 훼손시키지 말고 제대로된 법 제정에 앞장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