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이 가장 기피하는 시나리오는, 北韓이 이성적 통제력을 상실하여 核으로 넘지 말아야 할 線을 넘는 것이다. 이 경우, 전면적 美軍 개입으로 核시설을 포함한 北韓內 주요 군사거점은 곧 무력화 되고 한반도는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이 된다. 北韓의 선제 核 도발은 곧 세계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고, 이에 대한 韓國과 美國의 응징은 국제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기 때문에 아무리 北韓과 동맹관계인 中國이라도 개입할 명분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승자는 韓國과 美國, 패자는 北韓으로 中國은 무대에 등장 조차할 수가 없다. 사실상 패자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中國이 北韓의 核무장을 반대하는 결정적 배경이 되고 있다. 中國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반도 북쪽에 대한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여 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보면, 美國과 中國은 그 동기나 배경만 다를 뿐, 한반도 非核化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는 셈이다.
목표가 같으면 자연히 협업, 즉 손을 잡게 되어있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Risk가 큰 이런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역할을 나누어 스터디하는 것과 비슷하다. 로버트 미국 前 국무장관이 회고록을 통해, 北韓 核을 두고 이미 美中 사이에 이러한 협업이 모색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北韓이, 核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김정은의 통치스타일이 예측불가의 영역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음이 확인된 이상, 中國은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음을 알고 美國과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즉 中國은, 北韓에 대한 영향력 부재로 核도발을 만류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美軍의 응징으로 核은 어차피 제거가 될 것이므로, 그럴 바에는 아예 核 제거작업에 선제적으로 공헌하고 대신 北韓에 대한 기득권을 얻어가는 옵션을 취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간단히 말해, 核과 관련한 北韓內 세부정보를 美國과 적극 공유하는 가운데, 임계상황에서는 결정적 정보를 제공하여 美國으로 하여금 失期하지 않고 최적의 시점에서 北爆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대가로서 한반도 북쪽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北爆으로 非核化되고 김정은 세력이 완전 소멸된 한반도 북쪽에 親中정권이 들어서는 것이다. 물론 美軍은, 北爆과 거의 동시에 휴전선 전체에 걸쳐 북쪽을 향한 전자교란과 핵심지역 타격에 모든 첨단장비와 화력을 집중하여 北韓으로 하여금 최소한의 반격 조차 못하게 하는 안전조치를 병행하게 될 것이다.
美國으로서는 이러한 中國의 옵션에 대해 거부감을 갖을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중동의 테러 집단 등으로의 반입 가능성도 있는 문제덩어리인 北韓의 核을 조기에, 안전하고도 완벽하게 無力化시키는 것이 美國의 가장 큰 과제이므로 여기에 결정적으로 도움 주겠다는 中國의 제안은 당연히 환영할 만한 것이 된다.
아울러, 美國 입장에서는 한반도 전체를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은 했으되 이전의 휴전선보다 훨씬 길어진 국경을 韓國으로 하여금 中國과 마주하도록 하는 것은 새로운 부담이 되므로 非核化되어 긴장이 완화된 한반도에서 현재의 휴전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예측불가의 김정은 정권 대신 親中정권이 들어서고 개방화를 추구한다는 데에는 두 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두 번 째 시나리오에서, 승자는 美國과 中國, 패자는 北韓, 韓國은 무대에 등장조차 못하게 된다. 앞의 첫 번 째 시나리오에서는 우리가 승자의 지위를 갖는데 반해 이 시나리오에서는 배제가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는, 분단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다만, 核의 공포와 군사대결에서 오는 과도한 긴장으로부터는 상당히 해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두 가지 시나리오 外에, 北韓이 자신의 체제를 포기하고 스스로 우리에게 흡수되어 들어오거나, 반대로 우리가 北韓 체제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 실현가능성이 없다. 아울러, 일종의 중립국 체제로의 통일 또한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어느 날, '북한의 공격을 받은 우리 군과 미군은 즉각 반격에 나서 휴전선을 돌파하고, 평양을 폭격하고 있는 중...' 이라는 뉴스가 뜬다면, 첫 번 째 시나리오로 전개되는 것으로서 한반도는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이 되는 것이며, 우리는 승자의 지위를 갖게 된다. 즉, '대박'의 첫 단추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간밤에 미군은 독자적으로 군사작전을 감행하여 북한 내 모든 핵시설을 완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백악관은, 더 이상의 확전은 원하지 않으며 북한은 앞으로 스스로 개혁과 개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라는 식의 뉴스가 뜬다면, 이는 中國이 원하는 두 번 째 시나리오로 전개되는 것으로서 한반도는 거의 분단의 고착화로 가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후, 한반도 非核化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 美國과 中國은 다시 각각의 대결 위치로 돌아가 서로 반목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마치, 어른 형제 끼리(美國 vs 中國) 싸우고 있는데, 분위기 파악 못한 조카(北韓)가 위험한 칼을 들고 그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설쳐대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어른 형제들의, '우리 싸울 때 싸우더라도 이놈이 갖고 있는 칼부터 뺏은 다음에 싸우자' 하는 결정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다. 결국, 두 번 째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는 유력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우리는 美國과 中國 間의 모종의 협업에 유념하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가 불이익을 받거나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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