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는 17일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고쳐 제주 4·3사건을 국가 기념일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식 명칭은 '4·3 추념일'이다. 국무회의를 거쳐 정식으로 확정되면 오는 4월 3일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릴 추념 행사를 처음으로 정부가 주관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민간단체인 제주 4·3평화재단이 주관해왔다.
4·3사건은 1948년 남조선노동당 제주도당이 대한민국 건국을 막으려고 무장 반란을 일으킨 것이 발단이었다. 진압 군경과 반란 세력의 교전 과정에서 무고한 도민이 많이 희생됐다. 당시 제주도민 6만명 가운데 1만5000여명이 죽음을 당했다. 한마을 사람 400여명이 모두 죽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 모두 4·3 추념일 지정을 공약했다. 작년 4월 3일 위령제 때는 정홍원 총리가 참석, 국가 추념일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6월에는 국회가 '제주 4·3사건 특별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2014년 4월 3일 이전에 국가 추념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친다'는 부대(附帶) 의견을 첨부했다. 찬성 216명, 반대 0명, 기권 4명이었다.
무고한 양민이 1만명 이상 희생된 사건을 국가 차원에서 추념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국가 차원에서 위령(慰靈)하고자 하는 것은 억울하게 희생된 양민이지 대한민국 건국을 막으려고 무장 반란까지 일으킨 세력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양민과 반란 세력을 제대로 가리지 않으면서 2000년 4·3 특별법 제정, 2003년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보고서 채택 및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 고비마다 큰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의 이번 국가 추념일 지정 방침에 대해서도 군·경찰 유족회는 반대하고 있다. 현재 제주 추모공원에 위패가 봉안돼 있는 사람 중엔 무장 반란을 주도하고 군·경과 그 가족을 살해한 남로당 간부들도 포함돼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4·3 관련 위헌소송 사건에서 '4·3 희생자'에서 배제돼야 할 범위를 명확히 밝혀 놓았다. 남로당 제주도당 핵심간부, 무장대의 수괴급과 중간 간부, 군·경 및 선거공무원과 그 가족을 살해한 자, 관공서와 공공시설 방화자 등은 4·3사건의 희생자로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앞으로 조사를 통해 이런 반란 세력을 가려낸다면 '4·3 국가추념일'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면 위령과 해원(解寃)이 아니라 또 다른 원한과 갈등을 낳을 우려가 크다. 국민 대다수가 희생자들의 영령(英靈)에 고개를 숙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