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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호국경전-이러한 난국에 슬기로운 해법은 무엇일까?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국가의 성격과 역할은 많이 변화했지만 충성심의 대상이요 정체성의 근원으로서의 국가의 중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정천구(서울디지털대 징치외교학과 석좌교수)

안으로는 NLL문제와 국정원사태 등을 둘러싼 내부투쟁이 격렬하고

밖으로는 북한의 핵위협과 중국의 부상,

그리고 일본의 극우화 경향과 미일동맹의 강화 등이 겹쳐서

오늘날 한국은 문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럴 때 나라를 지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왕경(仁王般若經)과

금광명경(金光明最勝王經) 등 호국경전에서 다시 읽어본다.

 

경에서 부처님은 왕에게 호국을 부촉하셨지만

오늘날에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국을 부촉하신 것으로 읽는다. 

 

나라가 어지럽고 외적이 침입하는 원인을 호국경전은 정신적 사상적 혼란에서 찾고 있다

 

인왕경은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먼저 귀신이 어지럽고

귀신이 어지럽기 때문에 백성이 어지러우며

백성이 어지러우므로 외적이 들어와 나라를 침범하고 겁탈하는 것”이라고 설한다.

 

귀신은 죽은 이의 넋을 포함한 영적(靈的) 존재이다.

영적인 세계가 혼란스러우면 바로 백성이 혼란스러워 외적이 침범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죽고 악령(惡靈)만 남겨놓은 자들의 사상과 이념을

아직도 받들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상태야 말로

귀신이 어지럽기 때문에 백성이 어지럽고 나라가 어지러운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호국경전들은

이럴 때 국가를 진정(鎭靜)시키고 수호(守護)하기 위해서는

반야경을 수지하고 백고좌법회(百高座法會) 등 호국법회를 열라고 설하고 있다.

 

호국법회를 열고

반야경을 읽으면 백성들의 마음이 안정되고

반야지혜가 생기게 되니 국가를 수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신(一身)이 청정하면 다신(多身)이 청정하고

다신이 청정하면 시방중생의 원각이 청정하다”는

원각경(圓覺經)의 말씀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경을 읽고 법회를 열어 마음이 안정되고 밝아지면

이웃과 온 나라 그리고 전 세계가 안정되고 밝아져 재앙이 소멸된다는 이치이다.

 

또한 금광명경의 정론품(正論品)은

“세상에 올바른 언론이 있어야 나라를 잘 다스리게 된다”고 설하고 있다.

왕은 스스로 나쁜 짓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나라에서 나쁜 일 하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집과 나라가 망하는 것은 간사한 일이 많은 후 이며

“못된 짓하는 일을 국법으로 다스리면” 나라를 수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주권자가 내우외환을 다스려 나라를 지키려면

반야경을 수지하고 경을 강설하는 법회를 열어 영적 세계와 국민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스로 정론과 정법에 따르면서 못된 일을 하는 자들을 국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우외환에서 나라를 지키는 호국의 요체이다.

 

이런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신라는 삼국통일을 주도하였고

고려는 거란, 몽고 등 강대세력에 맞서 고려를 지켰다.

 

또한 조선왕조의 숭유억불시대에도 임진왜란 등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서산, 사명, 영규 등 선승들은 승병을 일으켜 호국의 선봉이 되었던 것이다.

 

호국경전은

나라를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도덕을 일으켜

국방을 튼튼히 하라는 초기불경의 호국법문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국가의 성격과 역할은 많이 변화했지만

충성심의 대상이요

정체성의 근원으로서의

국가의 중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세계 속에서 사람의 정체성은 일차적으로 국적으로 표시된다.

또한 나라를 잃은 유민의 처참한 운명은 역사의 무수한 사례가 증언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나라를 잃을 위기 속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려는

부처님의 호국경전을 다시 읽고 그 가르침을 실천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금강신문 2013. 11. 5 p.15 불교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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