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 묵살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세계 최악의 인간말살 중 하나는 북한 독재 정권에 의하여 자행된 현재진형형의 이념형 학살, 공개처형, 강제수용소 운영, 암살, 거주 이전의 자유 금지 등이다.
혁명적 변화와 발전 과정에서 빚어진, 북한정권의 탄압에 비교하면 훨씬 정도가 약한 한국의 인권문제에 대하여는 구체적, 집중적으로, 과장과 왜곡 및 날조도 서슴지 않으면서 과잉 기술하였던 천재교육 교과서는, 북한정권에 의한 인권탄압에 대하여는 356 페이지에서 두 문장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도 구체성이 결여된 마지못해 적는 듯한 표현이다.
<이러한 집단주의적 조직 생활은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 경제적 곤란이 심화되어 집단주의적 조직 생활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었고, 주민 통제가 약화되면서 탈북자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보다 못한 교육부가 수정 및 보완을 권고하였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세 서술 누락. 북한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추가 서술 필요(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참조).>
천재교육이 수정한 대목은 교육부를 조롱하는 듯하다. <탈북자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심각한 인권문제가 제기되었다>는 문장을 추가하였을 뿐이다. 이런 무성의에 대하여 교육부는 다시 수정 명령을 내린다.
<북한 주민 인권 문제의 구체적 사례가 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수정 필요. 예시: 언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여행·거주 이전의 자유 억압, 공개 처형, 정치범 수용소 운영 등 사례 적시.>
이 교과서가 이 수정 명령을 어떻게 수용, 교육부의 재가를 받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두산, 비상, 천재교육 교과서가 수정 명령을 이행할 때 <북한 인권 문제(자유 억압, 공개 처형, 정치범 수용소 운영 등) 사례를 제시>하였다고만 발표하였다.
이 정도의 수정으로는 이 교과서의 구조적인 편향성을 고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反대한민국적 역사관으로 씌어진 책이기 때문에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수정으로는 바로 잡을 수 없다.
북한의 악질적인 테러와 도발은 빼버리고···
천재교육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잘못한 것은 과장하거나 집중적으로 記述(기술)하면서 북한 정권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질적인 도발, 테러, 암살 등에 대하여는 묵살하거나 작게 취급했다.
한국의 현대사에 큰 영향을 끼친 北의 대표적인 對南(대남) 도발사건인 천안함 폭침, 대한항공 폭파, 아웅산 테러, 육영수 여사 암살,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승복 소년 피살 등)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정희 정부 시절의 장발 미니 스커트 단속을, 사진과 함께 ‘단속의 시대를 아십니까?’라는 비판적 제목으로 다루었다. 5·18 광주사태 때 계엄군이 시민을 亂打(난타)하는 사진, 박종철 추모 사진, 이한열 최루탄 피격 장면 사진도 실었다.
천안함 폭침은 젊은 水兵(수병)들을 죽이고, 대한항공 폭파 사건은 귀국하는 中東(중동) 노동자를 죽였으며, 아웅산 테러는 미얀마까지 좇아가서 同族(17명의 장차관급 인사들)을 죽인 사건이고,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에선 불쌍한 火田民(화전민)과 초등학교 학생을 죽였다. 노동자 농민들을 위한다는 북한 정권으로선 숨기고 덮고 싶은 恥部(치부)인데, 이 교과서가 축소 은폐를 代行(대행)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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