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기로 합의한 지 하루 만인 6일 갑자기 태도를 바꿔 “우리의 최고존엄을 헐뜯고 우리 체제에 대해 터무니없는 비방·중상이 계속되는 한 이룩된 합의의 이행을 (다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위협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단골 메뉴’였던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요구를 하지 않으면서 상봉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던 북한이 갑자기 돌변해 ‘트집’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국방위원회가 밝힌 이산가족 상봉 재고 고려의 첫 번째 이유는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중상이었다.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성명에서 “남조선당국은 우리의 성의와 노력에 상반되게 동족 대결 소동에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우리 최고지도부의 육아원·애육원에 대한 현지시찰,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일정 등을 두고 최고 존엄을 함부로 헐뜯으며 우리의 체제를 터무니없이 비방·중상하는 행위를 거리낌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실례”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4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시의 고아 보육시설인 육아원과 애육원을 방문한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을 보면 김정은과 수행원들은 검은색 정장 구두를 벗지도 않고 방 안에 들어가 양말만 신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국 언론이 이를 비판하자 북한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한은 또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13기) 대의원 선거에서 ‘111호 백두산 선거구’에 대의원 후보로 추대된 것에 대한 비판 보도도 문제 삼았다. 한국 언론들은 김정은이 김정일 때와 달리 선거구에 ‘백두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이 세번 겹치는 ‘111호 백두산 선거구’라고 밝힌 것을 놓고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에 이은 백두혈통이라는 점을 강조해 권력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보도가 쏟아진 것에 대해 국방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천인공노할 만고대역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방위는 특히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등대고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는 악설이 그대로 유포되게 방치해두고 언론의 자유를 구실로 우리에 대한 언론매체의 비방·중상이 계속되는 속에서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처사는 없을 것”이라며 “제 땅에서 벌어지는 일도 제대로 통제 못하는 무능한 당국과 채택한 그 어떤 합의도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라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은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고 우리의 체제를 비방·중상하는 행위가 당국이 주도하든, 언론이 벌이든 그 후과가 예상할 수 없이 처참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북한은 적십자 실무접촉이 열리던 날 미 공군의 B-52전략 폭격기가 서해 직도 상공에서 군사훈련을 가진 것을 두 번째 이유로 내세웠다.
국방위는 “동족을 공갈하고 위협하는 미국의 핵전략 폭격기 편대가 하늘에서 떠돌고 그 아래에서 신뢰를 쌓는다고 벌이는 연극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우리가 수차례 말했듯이 우리 정부는 북한을 비방·중상한 적이 없다”며 “북한이 우리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우리 당국이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이어 “북한은 회담에서는 군사훈련에 대해 아무 말 없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훈련을 함께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자세”라며 “이산가족 상봉을 내세워 우리의 정당한 군사훈련을 중지시키거나 또는 군사훈련을 핑계로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키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