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1부(이범균 재판장)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하여 권은희 씨의 증언과 검찰의 기소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한 사람의 진술만 믿고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경찰관 17명이 증언했는데, 권은희 과장을 제외한 다수 증인은 서로의 진술과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고 지적하였다.
2.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주장만 믿고 김용판 전 청장을 무리하게 기소한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권은희 씨는 1심 판결에 반발, 기자회견을 통하여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였다. 민주당도 '이 재판결과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하였다. 사법부의 판결이 마음에 안 들면 대법원장 비판이야 할 수 있겠지만 왜 행정부 퇴진 운동을 하겠다는 건가? 더구나 원세훈 씨 수사는 그들이 義人(의인)으로 치켜세운 검사들이 한 것인데 무죄가 나오면 검찰의 수사 부실을 탓해야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할 생각인가?
김용판 사건 재판부는 부실 저축은행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두 민주당 의원에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선고를 했었다. 그 판결은 잘된 것이고, 이번 판결은 잘못된 것인가? 정당과 국회의원이 이런 식으로 판사들을 협박해도 되나? 公黨(공당)인가, 組暴(조폭)인가?
3. 법치국가에서 판결에 불만을 품은 경찰관이 공개적으로 재판부를 비판한 예도 없을 것이다. 군인이 이런 짓을 하면 영창에 간다. 경찰관은 총기를 휴대할 수 있는 무장 공무원이다. 그런 공무원이 자신의 허위 증언에 반성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은 정치권이 밀어준다는 확신이 있었서인지 모르지만 판사들의 독립성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다. 경찰청장은 관련 법에 따라 권은희를 처벌하라!
4. 경찰과 검찰은, 국정원의 從北(종북) 견제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몰아붙이는 수사는 집요하게 했지만 정당원들에 의한 국정원 여직원 불법 감금 수사는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네 명이 검찰의 잇딴 소환에 불응하여도 검찰은 강제 구인을 하지 않는다. 경찰과 검찰의 이런 수사 관행은, 애국인사들에겐 잔인하고 종북 좌파, 그리고 특정 지역 인사들에겐 잘해주는 수사-재판 풍조의 반영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00도는 성역이고, 00도는 동네북인가"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민주당이 권은희 씨를 '광주의 딸'이라고 비호, 지역감정을 자극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5. 판사들은 사실과 양심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과 좌경 언론이 결탁, 광우병 선동 수법으로, 경찰과 검찰까지 정치화시키고 판사들을 압박하는 것은 憲政(헌정)질서 문란의 反민주적 범죄이다. 국민들이 정치 선동꾼들로부터 법원을 지켜주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사회적 갈등의 종합처리장인 법원을 흔들고 압박하는 정치인을 심판해야 한다. 경찰은 사법부를 공개적으로 모욕한 권은희 씨를 법에 따라 엄벌하라! 사법부도 침묵을 깨고 당당하게 입장을 밝혀라! 선동된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사실, 양심, 법에 따라 판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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