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논설위원
새누리당은 6일 해임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후임으로 당내 중진 의원의 입각을 청와대에 강력히
요청 중이라고 한다. 이 같은 인사 기류는 내일모레 14일 발효하는 예정 국회법 제29조와 시의적으로도 희한하게 맞물린다.
새 조항에서 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는 듯이, 현행 제29조와는 사뭇 달리 또박또박 예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명(殘命) 이틀 못남은 현행 제29조는 제1항에서 의원이 겸할 수 없는 ‘다른 직’을 6개호 직군으로 엮고 제2호로
‘대통령·헌법재판소재판관·각급선거관리위원회위원·지방의회의원’을 열거했다. ‘국무총리·국무위원’은 건너뛰었다. 그러나 예정
제29조는 제1항 들어서자마자 ‘국무총리, 국무위원’을 짚어 겸직의 울타리 안으로 풀어놓았다 -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공익 목적의 명예직
2….’
거기 그 ‘공익 목적 명예직’을 둘러싸고 국회가 난감해한다던가. 그 명예직과 후속 제29조의2(영리업무의 종사 금지),
보다 구체적으로 국회감사관실 중심의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영리업무 종사금지 심사 기준안’을 둘러싸고 너나없이 겸직 가능한 ‘명예직’의
범위는 넓히고 영리업무 금역은 줄이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단다. 여야가 다를 리 없다. 그러나 예정 제29조 단서나 제29조의2를 쳐다보는 부류는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국무위원으로 ‘초대’받을 리 없을 터, 그리고 그런 명예직·영리직이 헌법질서를 그 근간까지 흔들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역시 ‘국무총리, 국무위원’이다.
그렇다. ‘국무위원’도 성에 차지 않아 ‘국무총리’까지 의원이 겸할
수 있다는 식으로 법 문안을 만들어 넣은 것은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질서의 근간을 흔든다, 위헌(違憲)이다.
권력분립이 기본적 인권의
존중,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 독립과 더불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그 불가분의 요소라는 법리를 다른 사람 아닌 의원을 상대로, 그것도 헌법재판소 결정례(89헌가113,
1990.4.2)까지 일깨워가며 강조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은가.
헌재의 1991.3.11 결정례는 직설도 넘어 아예 직선이다.
“권력 분립의 원리는 인적 측면에서도 입법과 행정의 분리를 요청하고, 만약 행정공무원이 지방 입법기관에서라도 입법에 참여하면 권력분립의 원칙에
배치되게 되는 것”이라고 말끝 잘랐다. 행정공무원은 지방의회의 입법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했는데 하물며 국회의 입법에 참여하게 하다니. 그래 놓고
제29조를 헌재에 물어봐야 위헌임을 알 수 있다면 국회의 헌법 감수성도 여간 한심하지 않을 것, 안그런가.
권력 분립과 관련한 다른
법은 예외없이 국회와 선을 긋고 있다. 헌재법 제14조는 재판관의 겸직을 금하는 직으로 1.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의 직, 2. 국회·정부
또는 법원의 공무원의 직 등을 들고 있다. 법원조직법도 제49조에서 법관의 재직 중 금지사항을 1.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는 일, 2.
행정부서의 공무원이 되는 일로 시작하고 있다. 덧붙여 지방자치법 제96조(겸직 등의 제한)도 있다.
대통령에 대해선 헌법 제83조가
‘1인 독재’를 자계하고 있다 - ‘대통령은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 대통령의 의원 겸직에 대해선 왜 침묵인가 싶으면 1969년
10월 21일 제6차 개헌 이전의 옛 헌법 제39조를 다시 펴야 할밖에. 한동안 ‘국회의원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지방의회의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했었더랬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을 위해 국회를, 의원들을 달래며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눙쳤었는데, 국회는 지금도 그 시절을 고마워하면서 국회법 명문에 ‘국무총리, 국무위원’을 삽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왜 유독 국회만 권력분립 레드라인을 슬며시 넘고 행정부 영역에 못파고들어 저리 허욕(虛慾) 부리며 위헌 서슴잖는지….
필자는 어느 의원이 맨 먼저 그 위헌을 무안해할지 지켜보고 있다, 입법 감시가 준법 못잖은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