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17일 만나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주중에 하루 임시국회를 여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야당의 거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여당이 국회를 단독 소집했다. 이 법안은 우리 정부가 2012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원자력 시설 테러를 막기
위한 핵물질방호협약이 2014년까지 발효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서울 코뮈니케' 채택을 주도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2012년 8월 원자력방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고, 여야는 지난 2월 국회 미래방송위에서 이 법안과 방송법 개정안 등 112개 법안을 일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간방송에도 노사 동수(同數) 편성위원회 의무화'를 둘러싼 이견이 불거지면서 여야 합의 전체가 깨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부터 열리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서울 코뮈니케' 이행을 각국에 촉구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자신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라가 다른 50여개 국가에 '약속을 지키라'고 해야 할 판이다.
애초에 여당이 '민간방송 규제'라는 엉뚱한 내용을 여야 합의에
포함시킨 책임이 크다. 그러나 위헌(違憲) 소지가 다분한 민간방송 규제 하나를 관철하겠다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미 여야 합의도 끝난
법안까지 제동을 거는 야당의 행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부가 올 1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외교위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정' 비준 동의안의 처리도 시급하다. 야당은 "미국이 우리 측 부담금 7000여억원을 아직도 쓰지 않고 있는 일 등이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다"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지만 양국 정부가 수개월 동안 협의해 조인(調印)까지 마친
협정을 뒤집는 건 국제적 신의가 걸린 문제다. 우리가 내는 분담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것도 아니다. 재협상이나 금액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야당도 잘 알 것이다. 어차피 지급하게 될 분담금을 계속 묶어두면서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합신당은 이름까지 '새정치'로 시작한다. 국민이 생각하는 새 정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정당이나 정치인보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새 정치다. 당이 손해 보더라도 국가가 이익 보는 길로 가는 것이 새 정치다. 야당에 원자력법과 방위비 협정은 그 새
정치를 보여주고 인정받을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