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간첩사건 위조 논란이 벌써 한달째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진보성향 언론은 물론이고 보수진영까지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국익과 국가안보에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아무런 반추없이 서로 먼저 들춰내기식 다툼까지 보이며 문제를 일방의 잘못인양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수사중이라 사건의 정확한 실체도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서로 자신들의 정보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단정’하거나 ‘예단’하면서 국가정보기관과 사법기관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치권은 영문도 내용도 잘 모른채 선거민심 셈법으로 부화뇌동하며 숟가락 얹기를 하고 있다.
작금의 이러한 광풍속에서 수많은 의혹들이 우후죽순으로 떠돌고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확한 팩트는 화교인 유우성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탈북자로 위장해 우리 대한민국에 들어와 정착금까지 챙기며 국민행세를 해왔었다는 것이고, 이후 북한에 포섭되어 간첩행위를 한 혐의가 포착 되어 재판이 진행중인 간첩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일부 진영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문서조작 의혹’도 법정에서 간첩 입증자료 진위 여부를 따지는 과정중인데, 마치 그것이 사건의 핵심이고 모두인 양 본질이 흐려지면서 ‘간첩사건’은 증발된 형국이다.
이러한 소용돌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위장입국해서 국민들의 세금까지 착취한 일개 불법체류 외국인이 검찰과 법정을 농락하며, 심지어 검찰 조사중에 뛰쳐나가는 작태까지 보이는데도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용인 내지는 비호하는 현실이다. 법질서와 정보기관의 몰락이 가져올 국가적 재앙과 후폭풍은 고려대상도 아닌 듯이 말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을수 없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빠른 민주화의 이면에는 분명 이처럼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와 논쟁, 때로는 국익을 위해 대립하며 위기상황을 극복해간 역동성이 밑바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안보문제 만큼은 다른 것이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우리 국민들이 피땀으로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안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번영과 민주화의 과실도 또다시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안보는 국민안위와 가장 직결된 키워드로 조그만 의심이라도 반드시 확인하고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다가올지도 모를 불행을 예방해야 하는 너무나도 조심스럽고 위중한 가치이다. 그리고 이러한 안보를 해하고 국가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대표적 대척점이 유우성과 같은 간첩행위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는 우리 모두는 조금 더 차분하게 주위를 돌아봐야할 시점이다. 더불어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도록 냉정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간에 나돌았던 각종 주장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제대로 검증하고 정말로 문제가 무엇인지 되짚어 보아야 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개 외국인의 세 치 혀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너무도 허무하게 놀아나고 안보의 근간까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각계 모두가 이성을 찾고 제자리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