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시리즈 의혹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혼외(婚外)아들’ 의혹이 보도된 이후 7개월 가까이
흐르면서 국민 일반에게는 잊혀갔지만 실제로는 두 갈래 수사가 계속돼왔다. 본(本)줄기는 혼외아들 논란의 실체적 진실, 그리고 채 전 총장의
‘내연녀’ 지원 논란과 관련된 불법 개입 여부다. 파생 줄기는 청와대의 불법적 뒷조사 의혹이다. 지지부진하던 수사에 돌연 터닝포인트가 마련됐다.
우선, 청와대는 24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지난해 6월 하순경 당시 채 검찰총장의 처를 자칭하는 여성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입수하여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해명했다. “보도
이전에 어떤 확인 작업도 하지 않았다”(이정현 홍보수석)던 지난해 9월 16일의 입장을 뒤집어 의혹의 일단을 시인한 것이다. 청와대의 관련 정보 조회 전력이 비록 일부라도 위법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짚기에 앞서 청와대의
거짓말 자체가 이미 심각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6월 초·중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사건이 ‘채동욱
검찰’ 초미의 현안이었음을 감안하면 그런 유의 거짓말은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 차원 문제에 직결된다.
한편 ‘내연녀’ 측 계좌에 삼성의 계열사 자금 2억 원 이상이 흘러들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삼성 계열사 임원이기도 했던 채 전 총장의
고교 동창이 두 차례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자 삼성 측은 최근 ‘개인적 횡령 및 송금’으로 선을 그으면서 수사 의뢰까지 했다고
한다.
두 줄기 파장 모두 간단치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와 형사6부를 투입, 투 트랙 수사를
진행해왔지만 수사 의지 자체를 의심받을 지경이었다. 이제라도 분발해 다음의 세 측면에서 의혹의 실체에 직접 다가서야 한다. 첫째, 검찰이 청와대
앞에서 작아져선 안된다. 특히 교육문화·총무·민정·고용복지의 4개 수석실이 지난해 6월 순차 개입한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불법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채 전 총장의 개인 비리 문제 역시 봐주기 오해를 남기지 않도록 가감없이 밝혀내야 한다. 둘째,
청와대 역시 적법절차를 일부라도 거스른 일이 있다면 먼저 인책해야 한다. 셋째, 채 전 총장은 스스로 의혹을 정리하는 것을 평생 공직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마지막 책무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