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 "법과 규정을 어겨 사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 침몰 과정에서 의무를
위반한 사람,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들,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경찰은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의 사장·대주주를 비롯해 침몰 참사와 연관성이 있는 수십 명을 출국 금지시켜 놓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참사의 직접 원인은 물론 회사 경영 전반의 불법행위까지 찾아내겠다고 했다.
검찰·경찰은 우선 청해진해운이
2012년 건조한 지 18년 된 중고(中古) 배를 일본에서 들여오면서 더 많은 승객을 태우려고 무리하게 개조했다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리모델링하면서 탑을 쌓듯 승객 선실을 증축(增築)해 배의 무게중심을 과도하게 높여놨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세월호를 자주
이용한 화물업체 관계자들은 "다른 배와 달리 세월호는 한쪽에서 화물을 몇 t만 빼내도 배가 기우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침몰 배에서 끝까지
승객을 대피시키다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 어머니는 언론에 "딸이 2월에 제주도 인근에서 선체가 급격하게 기우는 사고로 죽을 뻔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침몰 당일 휴가를 냈던 세월호 원래 선장 신모씨 아내도 "남편이 너무 불안해 배를 못 타겠다고 했었다"고 했다. 신 선장이 여러
차례 회사에 위험을 경고했는데 회사가 묵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박 안전 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船級)은 안전 검사 당시
세월호를 합격시켰다. 세월호가 4도 정도 기울었을 때의 안전도만 점검했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 바다에선 4도가 아니라 40도 기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국선급이 이처럼 하는 둥 마는 둥 안전 검사를 한 이유는 뭔지, 다른 배들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하나 마나 한 안전 검사를 하는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가 출항 전 선박 운항 점검 기구인 한국해운조합에 낸 출항 보고서에 적은 승선 인원과 화물 종류·중량도
엉터리였다. 보고서를 선장 멋대로 적어서 제출하고 해운조합은 못 본 체하는 것이 세월호뿐 아니라 다른 선박에도 관행처럼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편법·불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
세월호의 선장과 항해사·기관사 등 선박직 직원 대부분은 계약직 임시 직원이라고 한다.
이들의 봉급 등 고용 조건은 다른 선사들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청해진해운 경영진이 선원들에겐 이런 대우를 해주면서 부도덕하게 회사
이익을 불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경영진이 이 과정에서 빼돌리거나 횡령한 재산은 없는지도 파고들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드러나는
사실들을 보면 정부의 해운 안전 행정은 무책임한 수준을 넘어 비리의 악취(惡臭)가 물씬 풍기고 있다. 해운사 내부 비리는 물론 안전 검사, 운항
점검을 맡은 해운사 주변 조직들이 부패 고리를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선박 운항을 안전하게 만들려면 검찰·경찰이 단호한
사법처리로 경종(警鐘)을 울려야 한다. 세월호 비리 수사마저 부실하다는 평가를 듣게 되면 정말 정부가 설 곳이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