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돌발 사고 차원을 넘어 국기(國基)와 직결된 사태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검찰이 이런 인식 위에서 ‘해운 비리 전반과의 전쟁’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목포·인천·부산의 3각 수사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그 일가(一家)의 불법 혐의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23일 청해진해운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하면서 축재(蓄財)와 비리 의혹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같은 지검의 해운비리 특수팀이 선사 안전관리 지도 업무를 맡아온 한국해운조합을, 또 부산지검 특수팀이 선박검사 인증기관인 한국선급을 집중 수사 중이다. 얼핏 보기만 해도 문제투성이의 일들이 수십 년 지속돼 왔다. 유병언류(類) 독버섯이 성장하는 토양이 광범위하다는 얘기다. 바로 정·관(政官)계 비호세력이다. 검찰은 침몰사고 자체에 대한 문죄(問罪)를 넘어 비호세력까지 발본색원해야 한다.
외양은 일단 ‘김진태 검찰과 유병언 일가의 일전(一戰)’이다. 유 전 회장은 ‘의혹의 심연(深淵)’이다. 17년 전 2000억 원대 부도를 낸 그가 5000억 원대 자산가로 ‘부활’한 것부터 미스터리다. 검찰이 추적하는 혐의는 횡령·배임·탈세·국외 재산 도피·강요·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과 함께 뇌물 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걸쳐 있다. 정치권을 포함해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감독기관 등에 넓혀온 인맥의 로비 정황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유 전 회장 측근 일부는 이미 하드디스크 파일을 삭제하고 해외 도주했다고 한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를 수사하는 목적의 일환으로 ‘손해배상 소송 지원’을 들고 있다. 그렇다. 검찰은 국가법치의 대표자로서 희생자 가족의 설원(雪寃)을 위해서는 물론, ‘해운 비리’를 그 DNA까지 적출해 다시는 엇비슷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책임 또한 막중하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관세청, 나아가 국가재난 구조시스템 전반의 재점검에 나선 감사원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특히 해수부·해경 등 해운 관련 공직의 범법 정황에 대해선 가차없이 단죄하기 바란다. 먼저 범죄를 응징해 공직 기강을 일신시킨 뒤 국민적 경각심을 새로이하도록 해야 한다. 그만큼 검찰 수사가 결연해야 한다. 채동욱 전 총장 사퇴가 말해주듯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한 검찰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