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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한국섬학회 고문
이 같은 조치는 통신기기 발전에 따른 것이라고 당국은 자랑했다. 유인등대 대신 진도내륙부 서망항에 2002년 진도항로표지종합관리소를 설치했다. 이 종합관리소는 음성 송수신 시스템과 해역을 운항하는 모든 선박이 화면에 나타나는 레이더망도 갖췄다. 수로국에 속했던 진도항로표지종합관리소는 해경이 관장하는 선박관제소로 기능을 전환했다. 해역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의 입출입을 통제하면서 충돌사고의 예방과 밀입국 선박이나 간첩선 등 불온 선박의 감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운영되었다면 세월호의 수역 내 진입은 세월호 선장이 제주선박관제소에 구제 요청을 하기 전에 체크되었어야 한다.
물론 수백 척의 선박이 모니터상에 나타나는 것을 하나하나 호출해 통제하는 데는 관제소 인력으로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첫째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 매년 수십 건의 사고가 나고 있는 맹골수도의 조수 간만이나 기상은 목포기상대와 진도기상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현장 계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 해역의 조난에 긴급 출동할 기지가 멀리 있다는 사실이다. 해군이나 해양경찰이 위험한 바다와 섬을 비우고 내륙부로 후퇴한 것은 근무자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현실적인 시책이라 하더라도 해양시대에 해양국가의 시책은 아니다. 서거차도에 있던 해군기지대가 철수하지 않았다면 세월호 조난 때 20분 내에 현장에 고속정 2척을 출동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내륙부 깊숙이 기지를 두고 있는 해경도 위험 수역에 전진 배치하는 일이야말로 해양 국가다운 안전망 확보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