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이다. 안전한 나라는 평균 수명이 길고, 사건 사고가 적고, 安保(안보)가 튼튼한 나라이다. 인간生命(생명)을 존중, 보호하는 제도가 있고 교육과 훈련이 이뤄지는 나라이다. 治安(치안)과 安保 종사자들이 존경을 받고 권위가 있는 나라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리는 방법은 한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산 자의 책임이다.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로 해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예방되었고 더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는 평가가 가능해질 때 그들은 永眠(영면)할 것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가 改造(개조) 차원의 대개혁을 제안한다.위험국가는 이제 그만. 安全국가가 一流(일류)국가이다. 安全第一(안전제일)이 國政(국정) 지표여야 한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려면 과학과 합리정신으로 무장하여 '설마' '괜찮아' '적당주의' '미신' '선동' '주먹구구'를 추방해야 한다. 사고를 예방하는 데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사고 예방에 종사하는 이들을 알아주어야 한다. 복지 예산을 줄여서라도 안전과 안보에 더 돈을 써야 한다.
한국 역사학계의 원로학자인 申炯植(신형식) 교수가 쓴 '新羅通史'(신라통사,주류성 출판사)에는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삼국시대의 전쟁통계이다.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신라로서 총 174회이다. 다음이 고구려로서 145회, 백제는 141회이다. 신라는 고구려, 백제, 가야, 倭(왜)와 싸웠다. 신라는 지진, 가뭄,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에서도 삼국중 가장 많은 피해를 보았다. 申교수가 三國史記(삼국사기)를 분석하여 통계를 냈는데, 삼국시대에 한정해보면 신라는 322회의 천재지변을 겪었다. 백제는 191회, 고구려는 153회였다. 申교수는 천재지변이 가장 많다는 것이 오히려 신라를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국사기의 記事(기사) 내용을 분석해보면 신라는 정치에 관한 기사가 가장 많다고 한다. 정치란 안전과 안보를 확보하는 기술이고, 권력승계를 평화적으로 하는 기술이며, 지배층 내부나 백성들과 지배층 사이의 단합을 도모하는 예술이다. 신라는 王位(왕위) 계승이 가장 안정적으로 된 나라이다. 지배층과 백성 사이의 단합도 三國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군사적 승리 이전에 정치와 외교의 승리였다.
申교수는 신라가 수행한 수많은 전쟁의 긍정적 면을 이렇게 분석했다.
<전쟁은 제도개혁이나 정치반성의 계기를 제공했고, 이것이 사회발전의 轉機(전기)를 가져왔다. 특히 신라는 통일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백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확장시켰으며, 對唐(대당)전쟁을 통해서 백제 고구려의 殘民(잔민)을 하나의 민족대열에 융합했다. 신라는 對外(대외)전쟁을 민족적 自覺(자각)과 융합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전쟁과 천재지변은 국가가 당면하는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이 난관을 성공적으로 돌파한 나라나 인간은 강건한 체질을 터득하게 된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逆境(역경)을 극복한 결과였다.
朴槿惠(박근혜) 정부도 세월호 사건을 轉禍爲福(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고 삼을 수 있다. 언론의 선동성이 장애물이지만 진실에 기초한 朴 대통령의 대중 설득력이 이를 돌파할 수 있다. '안전'이란 키 워드를 중심으로 국가의 정책을 종합하고 통제할 때 한국인들은 새로운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비상구를 스스로 점검하고, 민방위 훈련을 형식적으로 하지 않고, 마지막에 사무실을 나가는 이가 전열기를 반드시 확인하는 등 모든 국민들이 달라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이 던진 '安全'이란 話頭(화두)의 핵심은 인간존중이다. 안전한 나라는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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