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수십 년 적폐(積弊)’의 산물이고, 모두가 죄인된 심정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매일같이 새롭게 공개되는 사실들은 박근혜정부의 재난관리 역량을 더욱 깎아내리고 있다. 특히 그 주무(主務)인 해경(海警)과 해양수산부는 ‘존재의 이유와 가치’ 자체부터 다시 저울질하게 한다. 헌법 제7조의 명령,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데 부합하는 측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조직 전체가 복마전(伏魔殿)으로서 이번 참사의 공범으로 비친다.
해경은 바다의 경찰이긴커녕 경찰답지 않았고, 바다를 두려워하는 듯한 기색까지 역력했다.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와 오랜 인연인 이용욱 정보수사국장이 사고 당일 산하 광역수사대를 지휘해 그 청해진해운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제1보’부터 그렇게 헝큰 해경이다. 침몰 중인 세월호 선내로 직입(直入)해 우선 승객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사지를 헤쳐나온 승객을 거들기만 한 해경이다.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었던 시간대에 도착한 경비정은 선장과 선원부터 구조하고 또 그들을 향해 정도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었다. 희망의 시간대가 허망하게 끝나도록 경비정 1척과 헬기 3대만 투입한 처사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민과 헌법에 대한 배신이다. 선사와 계약한 민간 구조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가 먼저 구조에 나서고, 해군 잠수요원들을 제친 과정에서도 유착의 혐의가 짚인다. 하긴, 김석균 청장이 사고 이튿날 진도 현장을 방문한 박 대통령 면전에서조차 구조인력 동원 규모를 허위 보고해 못믿을 공무원의 전형으로 남은 해경이다.
한국선주협회가 소유한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의 해수부 장관 집무실이 뭘 의미하는가. 해수부 장관이 대한민국 해운업무 컨트롤타워임을 말하기에 앞서 해양 이권단체가 장관을 ‘경호’하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 선주협회가 2009년 이래 외유(外遊) 경비를 지원해 여야 국회의원을 엮어온 ‘돈의 줄’이 그 방향과 형태만 달리했을 뿐이다. 그러니 장관 휘하 공무원들이 선박검사기관인 한국선급 측으로부터 상품권 등 금품을 받은 혐의가 새삼스러울 것 없다. 한국선급의 비자금만도 수십억 원 규모라고 한다. 현직에선 뇌물로, 전직이 되면 전관예우(前官禮遇)의 그늘로 들어가 해운비리 네트워크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해수부 일생’이니, 세월호에 21년 앞선 해난인 1993년 서해훼리호 사고 직후 만들겠다던 선박사고 매뉴얼을 이후 내내 미적거려온 직무 유기도 이상할 것 없다.
무능에 부패까지 겹쳤다. 정부조직법 제43조는 해양정책과 해운·항만 등을 해수부 장관 업무로 규정하면서, 그 소속으로 해경을 두게 했다. 해경을 해수부 외청으로 존속시킬 이유가 있을까. 해경 스스로도 ‘1953. 12. 14 내무부 치안국 해양경찰대 창설’을 연혁 제1일로 자처하고 있다. 이런 해수부, 이런 해경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해체-재(再)조립’ 차원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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