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21일째인 6일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수습을 위해 잠수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이광욱(53)씨가 사망했다. 이씨는 오전 6시 7분
바다에 들어갔으나 10분여 만에 수심 24m 지점에서 통신이 끊긴 후 바지선에서 대기하던 안전 요원들에 의해 물 밖으로 끌어 올려졌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1일에도 민간 잠수사 1명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응급조치로 의식을 되찾은 일이 있다. 지금까지 부상과 잠수병으로 잠수사
17명이 치료를 받았다. 합동 구조팀은 이씨 사망 후 수중 수색을 잠시 중단했다가 이날 오후 재개했다.
세월호 침몰 현장 같은 거친
바닷속으로 잠수하는 건 목숨을 걸고 하는 작업이다. 세월호 선체가 가라앉아 있는 수중 30m쯤 들어가면 축구공이 수압(水壓)을 받아 3분의 1
정도로 쪼그라든다. 여기서 눈앞 20~30㎝밖에 안 보이는 컴컴한 물길을 손으로 더듬다 보면 10분만 지나도 탈진으로 몸이 마비되고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한다. 잠수사들은 "맹골수도는 조류가 워낙 거세 사람 몸이 바람에 연 날리듯 휩쓸려 버린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민간 업자가
동원한 다이빙벨 장비를 싣고 와 잠수했던 잠수사 2명은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100여m를 조류에 휩쓸려 가다 가까스로 해군에
구조됐다.
세월호 사망자·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초기 수색이 왜 이렇게 더디냐며 관계자들에게 울분을 토했다. '구조 작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다' 식의 말을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가족들의 타들어 가는 마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사고 초기 어리숙하게
대응해 가족들의 불신을 산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무리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사람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 후 3주 동안 잠수사들은 사망한 267명을 끌어
올렸다. 이토록 컴컴하고 험한 물살과 싸우며 이렇게 오랫동안 바닷속 수색 작업을 벌인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 것이다. 지금 실종자들을
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진도 사고 현장에선 지난 연휴 동안 민주노총 명의로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는 문구가 적힌 인쇄물이 뿌려졌다. 수도권에서 찾아간 어떤 시민 단체는 촛불 집회를 하려다가 실종자 가족의 항의로
물러났다. 이 나라에서 남의 슬픔과 분노를 엉뚱한 이념이나 정치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이 언제쯤 사라질지 답답하기만 하다.
합동
구조팀은 다시는 수색 과정에서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잠수사들이 철저하게 안전 수칙을 지키며 작업하도록 지휘해야 한다. 특히 민간 잠수사를 새로
투입할 때는 충분한 적응 시간을 가지면서 현장 상황을 숙지(熟知)한 후 바다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는 침몰 8일 뒤
가족들이 회의를 거쳐 '잠수 요원이 계속 배 안으로 들어갈 경우 희생이 우려되니 수색 대원을 투입하는 대신 배를 인양해달라'고 군에 요청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당국이 수색과 인양을 병행(竝行)하는 방안을 놓고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06/20140506025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