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찰 소환일을 하루 앞둔 15일,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 정문은 ‘법치(法治) 대한민국’이 농락당하는 참렬한
난장(亂場)이었다. 유 전 회장이 1962년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그곳에서 조계웅 사무국 대변인은 “세월호 침몰에 대한
책임은 해경에 있으며 검찰은 해경,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청와대를 수사하라”면서 “공권력의 교회 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12일 수사일정 협의를 위해 방문한 검찰을 되돌려세운 데 이어 아예 “법의 공정함을 믿지 못해 법 집행을 거부한다”는 막말까지 서슴잖기에 이르렀다. 일부 신도는
‘순교(殉敎) 불사, 유혈 사태 각오하라’고 외쳐, 박근혜정부에 맞서 ‘금수원 성전(聖戰)’에 나선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고
초기 변호인을 통해 검찰 수사 협조의사를 전했던 유 전 회장이다. 더욱이 피의자 신분이다. 이제 와서 구원파가 “세월호 사고와 유 전 회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강변으로 돌아서 국민적 빈축을 자초하고 있다. 같은 날 선박직 15명을 기소한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이준석 선장은
“내가 살 생각밖에 안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구원파도 진배없다. ‘설립자 거들 생각밖에 안한다’는 식이다.
더욱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가 23년 전인 1991년 32명이 집단 변사한 오대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가리켜 ‘전쟁을 치러본 집안’을 자처해온 데
이어 구원파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목해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하고 있다. 법치에 대한 막가파식 도전이 수인(受忍)
수위를 넘어섰다.
구원파가 ‘헌법 제20조 종교의 자유’ 현수막 아래서 드러내놓고 ‘법 집행 거부’ 운운하는 장면은 희화적이다.
세월호 사고는 사회 각 부문이 기본과 책임을 저버려 키운 참극으로 드러난 만큼 ‘세월호 이후’는 법과 원칙의 새 장(章)이어야 한다. 법치의
대의 앞에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 그것이 헌법의 명령이다. 유 전 회장과 구원파의 법치 농락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도 헌법의 그
명령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