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 박사 / 서울디지털대학교 석좌교수
6월 4일에 있을 제6회 전국지방동시선거를 위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5월 22일부터 개시된다.
그러나 벌써부터 불법현수막 설차, 향응 및 선물제공, 허위선전 등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책제시를 통해 표심을 움직이려고 하기보다
게임의 규칙을 어겨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구태(舊態)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아직도 후진적 선거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한 일부 후보자들의 탈선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배경이 있다.
우선 유권자의 선택을 촉구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쟁점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이 있지만 어린 영혼의 희생을 선거의 쟁점으로 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무상복지를 둘러싼 전면복지냐 선별복지냐 하는 굵직한 쟁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 명분으로 삼은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당원 여론조사 형식을 거쳐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새누리당과 같이 정당공천을 결정했다.
정책 이슈가 되기 힘들다.
기초선거의 정당공천문제는 찬반 모두 그럴 듯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정당공천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정당정치가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정당공천이 없으면 후보자 식별이 어려워 정당공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당 무공천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정당공천을 하면 기초선거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지방의원을 특정정당의 지역관리자로 전락시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제는 여야가 대선기간에 함께 내걸었던 공약을 파기함으로써
정치 불신, 공약경시 풍조를 키웠다는 점이다.
“약속(합의)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것은 국제법의 기본원칙이고
공동체가 지켜야 할 당위이다.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는 붓다의 계율 역시 개인관계와 공동체를 유지하고 화합하는 기본원칙으로 설하신 것이다.
이번에 정치권은 안타깝게도 정치에서 약속이 지켜지는 선례를 만들 좋은 기회를 놓쳤다.
정치현실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정치현실이란 6.4지방선거가 대선 후 치루는 첫 전국선거이기 때문에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과 함께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전초전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다.
7개 선거
(①시,도 교육감 선거,
②시,도 지사 선거,
③시,군,구의 장 선거,
④지역구 시,도의원 선거,
⑤지역구 구,시,군의원선거,
⑥비례대표 시,도의원 선거,
⑦바례대표 구,시,군의원 선거)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여야 간의 사활을 건 공방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공약은 해당지역문제가 중심이 되겠지만
복지,
경제민주화,
교육문제,
안보문제 등
지자체의 공동관심사를 한데 묶어 정당의 색깔을 강하게 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7장의 투표용지에 투표해야 함으로 후보자들의 인물과 공약,
그리고 소속정당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앞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선택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정당의 정강정책과 주장들을 잘 살펴보고
어느 정당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큰 약속인 헌법정신을 잘 지키면서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진정으로 추구하는지를 판단해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인물의 선택에서는
말과 행동의 일치성, 경력 등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고
공약은 주민생활 향상에 대한 기여도와 실천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또한 유권자들이
모든 문제를 무차별하게 선거쟁점으로 삼는 풍조에 휩쓸리지 말 것을 권고한다.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정치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는 전문분야들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도
정치와 종교의 분리 조항(20조 2항)이 있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31조 4항)하고 있다.
국가안보문제를 무차별하게 정치쟁점으로 삼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하나의 양식이다.
6.4선거가 국법과 게임의 룰을 잘 지키는 선거가 되어
생활정치를 실천할 유능하고 모법적인 후보자들이 당선되도록
유권자들과 후보자들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 (현대불교 2014년 5월 14일자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