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개성공단 방문에 대한 감상/感想
천주교 염수교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을 둘러 싼 국내 언론의 호들갑은 정상을 벗어나도 한 참 벗어나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지 아니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선 염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을 가리켜 어떻게 “북한 방문”이라고 보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의 허가를 얻어서 이루어진 이번 개성공단 방문을 통하여 염 추기경이 한 일은 공단의 가동 현장을 돌아보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남측 인원들을 만나보고 돌아 온 것이 전부라는 것인데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북한 방문’으로 둔갑(遁甲)이 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이것이 어떻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과 연결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무엇보다도 염 추기경이 도대체 지금의 시점에서 개성공단 방문을 통하여 무슨 일을 이룩하려 한 것인지 그 동기를 이해하기 어렵다. 중단되었다가 재가동한 개성공단의 형편은, 북한측이 재가동 시의 약속 이행에 여전히 소극적이어서, 그 뒤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입주 기업인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인데 “그곳에서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는 염 추기경의 엉뚱한 선답(禪答) 형 공단 방문 소감 발언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慘事)로 사회가 소연(騷然)한 시기에 이루어진 염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 행보(行步)는 시기 선택의 차원에서 과연 지혜로운 것이었는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염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을 ‘북한 방문’으로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보도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북한의 대남 위장 평화공세에 놀아날 빌미를 제공하는 경망(輕妄)의 극치를 보여주는 국내 언론의 무책임한 작태(作態)에는 경보(警報)를 울리지 않을 수 없다.
조갑제 닷컴 이동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