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趙甲濟 대표를 포함해 글 잘쓰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그중 한신대 윤평중 교수도 한 자리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자이면서 글이 과학을 한 사람처럼 공평하고 논리 정연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오늘 그 윤평중 교수가 <조선일보>에 ‘정치인 박근혜, 岐路(기로)에 서다’라는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Arete(아르테·뛰어남)는 Hubris(휴브리스·오만)로 변질되어 그 Hubris가 세월호라는 Nemesis(네메시스·業報)를 낳았다’는 논리입니다. 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하고, 國政(국정) 운영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라는 충고도 덧붙였습니다.
저는 윤평중 교수 역시 학원이란 한계를 넘지 못했거나, 어쩌면 그 자신도 ‘Arete’가 ‘Hubris’로 변해 세상을 보는 눈이 도식화 된 것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이상하게도 대한민국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은 하나의 事故(사고)를 事故로 보지않고 그 事故를 이용해 천하를 논하려 듭니다. 이런 事故 하나를 가지고 대통령을 포함해 국가를 개조하라는 사람들을 보면, 신문사 논설위원이나 대학교수, 정치적 반사이익에 눈 먼 정치인들, 그리고 從北(종북)세력 뿐입니다. 말로는 천하를 개조해 無결점의 나라를 못 만들겠습니까?
저는 세월호 사고로 초래된 박근혜 대통령의 기로는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의 기로라고 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이 다 바꾼들 현재의 야당과 언론, 사사건건 대통령과 정부 탓으로 모는 국민들이 안 바뀌는 한 제대로 國政을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왜 국민들은 自國 대통령과 정부를 이토록 abuse(학대)하는지요?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객관적으로 얼마나 훌륭한지 잘 모릅니다. 오히려 국민의식 수준은 발전하는 국가의 格(격)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事故를 事故로 다루는 것도 先進(선진) 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 책임 소재를 밝히고 그에 따라 처벌을 한 뒤 改善(개선)과 개혁을 논하는 것이 이치이고 순리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우리의 헛점이 만천하에 공개됨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 역시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미래는 권력 상층부가 아닌 국민들 개개인의 자각과 변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가 개조를 골 백번 하더라도 국민 개개인이 변하지 않는 한 이러한 사고는 늘 상존할 것입니다.
조갑제 닷컴 John Lee(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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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칼럼
'정치인 박근혜' 岐路(기로)에 서다
- 입력 : 2014.05.23 05:35
朴 대통령의 민주적 권위 쇠락은 정치 역량이 오만으로 변질된 탓
정략 따른 출구 전략 모색할 경우 '촛불 이후 MB' 무기력 재현할
것
靑·내각·국정 운영 전면 개편해 국민에게 감동 주는 게 유일 해법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의 사과'도 정국(政局)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성(悲劇性)이 워낙 압도적인 데다 대통령 자신이
실기(失機)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능과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세간의 질타는 일각에서 대통령 하야를 거론할 만큼 거세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박 대통령의 권위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박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담화문
하나로 60년 전통의 해경을 해체할 정도다. 40% 후반대의 지지도가 증명하듯 지역과 세대 기반도 공고하다. 그러나 독재국가의 통치자조차
강권(强權)만으로 나라를 이끌 수는 없다.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지지가 더해져야 진정한 리더십의 권위가 형성된다. 세월호 참사가 정말로
심각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민주적 권위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남은 임기 동안 통치 불가능성이 현실화될 개연성조차 배제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서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면 개각에 이은 국가 개조
작업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충격요법으로 보수층을 결집시켜 지방선거에 대응한 다음 시간이 흐르면 '세월호 사태'가 잦아든다고 대통령
주변의 정략가(政略家)들은 조언할 터이다. 한국인들이 워낙 일희일비하는 데다 북한의 움직임이 변수이고, 월드컵이 이 모든 악몽을 씻어가 버리기를
권력 핵심부는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에게 악마의 속삭임이나 마찬가지다.
강한 권력으로 무장한 박근혜 정부의
역설적인 권위 상실을 웅변하는 광경이 있다.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장관·수석들이 '받아쓰기'하는 장면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의 원인(遠因)일 뿐 아니라 국민적 희화화(戱畵化)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런 비판과 우려를 무시했다.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은 채 수첩 인사를 강행해 거듭 인사(人事) 참사를 불렀다. 이는 '정치인 박근혜'가 스스로를 대통령 자리로 밀어올린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과신하는 휴브리스(hubris·오만함)의 유혹에 넘어갔음을 뜻한다.
정치인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상징
자산만으로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박정희의 후광이 도움이 되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본인 고유의 정치적 아레테(arete·뛰어남) 덕분이었다.
진보 진영이 그랬던 것처럼 이 명백한 사실을 부인하면 정치인 박근혜의 경이적 부상(浮上)과 세월호 참사 직전까지 일관되게 고공 행진한 대통령
지지도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역사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드문 이유는 그 나름의 아레테를 쌓아 성공한 사람이 자기 자신의 성취에 매료되어
휴브리스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데 있다.
그리스 비극이 즐겨 다루듯 아레테가 휴브리스를 낳고, 휴브리스가
네메시스(nemesis·업보·業報)로 귀결되는 것은 인간 존재의 한계일 터이다. 문제는 일국의 통치자가 이 함정에 빠질 때 나라와 국민 전체가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사태의 핵심은 정치인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자신의 능력이 자만심을 낳고, 자신의 성공 신화에 도취된
일방적 통치가 세월호 300여 생령(生靈)의 죽음이라는 궁극적 업보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청와대로 향하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박 대통령이 '2008년 촛불' 이후의 MB처럼 정치공학적 출구를 모색할 수도 있다. 만약 그 길을
간다면 'MB 정부 2기'라는 낙인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길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2012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배반하는 길이다.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선 박 대통령은 이제 2008년의 MB처럼 지리멸렬한 연명(延命)을 꾀할지, 아니면 성공한 대통령의 길로 나아갈지를 선택해야
한다. 정치인 박근혜의 목표가 국민 행복과 국가 융성일진대 선택은 자명하다.
세상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게 아레테가 낳은
휴브리스를 넘어서는 일이다. 이는 참으로 지난(至難)한 과업이자 운명에 도전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 첫걸음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고, 다음 단계는 국정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나랏일 외에는 다 번뇌'라는 박 대통령의 뜨거운
진정성은 비록 숭고하지만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정통성 있는 민주 정부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성공함으로써 스스로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 윤평중 |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