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실질 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가 좀체 진척이 없다. 그가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돼 전국에 수배됐던 승용차가 지난 29일 밤
전북 전주에서 발견됐지만 유씨가 이 차를 타기는 했던 것인지조차 불확실하다. 더구나 이 차는 방치된 지 4일 만에 발견됐다. 유씨 주변
추종자(追從者)들 움직임과 검찰·경찰 추적 사이에 4일의 시간 격차가 있는 것이다.
인천지검에 유씨 일가 비리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것은 세월호 참사 4일 뒤인 4월 20일이었다. 검찰이 수사 초기에 적극적으로 유씨 신병을 확보하려 들었다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유씨가
한동안 머물러 있던 경기 안성시의 금수원은 26만㎡나 된다. 유씨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검찰은 유씨 주변
인물들부터 불러들여 조사를 마친 다음 유씨에게 소환장을 보내 놓고는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한 달여를 보냈다. 5월 21일에야 금수원을 수색했지만
허탕이었다.
유씨는 고립무원 상태에서 쫓기는 보통의 현상수배범과는 다른 입장이다. 그를 신처럼 모시는 구원파 신도들의 조직적 도움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다. 도피 자금도 있고, 대포폰도 사용하고 있다. 유씨가 금수원에 머물고 있던 4월 말 이미 유씨의 추종자들은 전남 순천의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에 유씨 은신처(隱身處)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별장에 블라인드를 달아 빛이 새나가지 않게 만들어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꾸몄고, 자동차의 번호판을 바꿔 달 수 있게 충전형 드릴까지 준비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검찰은 지난 25일 순천 별장을 뒤지면서 유씨의
추종자인 인근 식당 주인 부부나 유씨를 따라다니며 수발 들던 미국 시민권자 여성과 옥신각신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유씨는 검찰이 덮치기 몇 시간
전 그곳을 벗어났다고 한다. 검찰이 현지 사정에 밝은 지역 경찰과 공조했더라면 유씨를 체포했을 수 있다.
유씨를 잡지 못하면 세월호
침몰 사건을 사법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릴 수 있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증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의 성격 규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앞으로 시간을 더 끌게 되면 검찰·경찰의 유씨 추적팀 자체가 지쳐버린다. 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하지만 국민 관심도 식을 수 있다. 대통령까지 '신속하게 검거하라'고 독려하고 있고 대규모 검거 인력을 동원하고 있으면서도 여태 성과를 못 내는
것은 대한민국 검찰의 체면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