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가 90일 일정으로 2일 시작됐다. 여야 의원 18명으로 구성된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진도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현장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었다.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잡은 일정이었다. 그러나 여야 간에 이견이 생기는 바람에
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위원이 모두 불참하고 야당 측 위원 9명만 참석했다. 국정조사 첫날부터 반쪽 파행 조사가 돼버린 셈이다.
여당
측은 이날 새벽 실종자 가족들이 현지 기상 사정이 좋지 않아 구조 작업이 중단되어 있는 데다 가족들 중에도 치료 등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람이
많다며 날을 다시 잡아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 측은 가족들이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여당 측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주장이 맞는다면 야당은 선거에 세월호 국정조사를 이용하기 위해 일정 변경을
거부하고 현장 방문을 강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야당 주장이 맞는다면 여당이 선거 직전에 세월호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고 현지
방문을 거부했다는 말이 된다. 여야는 이날 내내 대변인들까지 나서 정반대 얘기를 하면서 다퉜다. 세월호 국정조사가 시작된 첫날을 수십 년간
되풀이되어 온 싸움의 쳇바퀴를 돌리며 허비한 것이다.
우리 정치를 보는 국민의 불신은 다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도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2박 3일간 국회에서 농성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은 행정부가 참사의 당사자로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그나마 국회밖에 기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는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정치와 정당도 달라지겠다는 말을 수없이 해왔다. 그러나 세월호
국정조사 첫날부터 여야 스스로 우리 정치는 전혀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이런 국회가 앞으로 국정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파헤치고 각종 구조적 문제와 해법까지 제시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