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로 재직할 때는 법관의 품위와 법원의 위신을 함께 떨어뜨렸는가 하면, 판사직을 그만둔 뒤엔 변호사업계를 거웃거려 법무법인(로펌) 사무장이
된다면 법조인으로서 정상적 행로일 수 없다.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을 ‘가카새끼 짬뽕’ 패러디로 비하한 이정렬 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그런 길을 가고 있다. 로펌 동안 측은 8일 그를 사무장으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부장판사가 퇴직 후 변호사 아니라
사무장으로 활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지만 ‘사무장 이정렬’의 경우는 더 심하다. 변호사법의 등록 규정을 우회해 법조 시스템을 희롱하는 꼼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가카새끼 논란’ 이외에도 2012년 2월
영화 ‘부러진 화살’의 모티프였던 실제 재판의 합의를 공개해 정직 6개월 징계처분을 받았고, 또 지난해 5월엔 관사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웃 주민의 차량을 파손해 벌금 100만 원형을 선고받기도 한 이 전 부장판사가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등록 신청 거부에 맞서 ‘사무장
이정렬’로 역습에 나선 셈이다. 동안 측이 “이 전 부장판사의 능력과 정신, 그리고 오랜 법관생활에 걸쳐 형성된 부장판사의 경륜을 사장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한 대목도, 이 전 부장판사가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방법으로 사무장직을 수락했다”고 한
대목도 더없이 황당해 ‘가카새끼 판사’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
‘변종(變種) 전관예우’로도 비치는 로펌과 전직
판사의 합작은 지난달 20일 시행된 개정 변호사법의 취지마저 무색하게 한다.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 중 위법행위 직무관련성을 삭제해 변호사 직무
수행 자격을 보다 엄격히했다. 사무장직으로 우회해 법을 더 피해나가는 것은 법을 가지고 노는 ‘법률 잡상인의 장난’밖에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