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래는 시간문제일 뿐 머지않아 일대 격동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AP 및 프랑스 AFP 통신 등이 북한의 식량난이 절망적이며, 특히 평양에서도 4월부터 6개월 동안 식량배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런 소식은 ‘반전(反戰)ㆍ통일(統一)’을 모토로 하는 국내 어느 대북단체(「좋은벗들」: goodfriends.or.kr)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단체는 정보원 보호를 위해 어디서 이 정보를 입수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신은 "좋은벗들"이 과거에 밝힌 북한 내부정보가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며 신뢰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앞서 「세계식량프로그램(WFP)」도 북한이 향후 수년 내 사상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명박 新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李정부의 "원칙(原則) 대응"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식량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美北 간 양자회담이 지리멸렬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금주 초 싱가포르 美北회동에서 북한의 核목록 신고와 관련, 극적인 합의도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이 북한의 核목록 신고에 대한 대가로 수십만 톤 규모의 對北 쌀 지원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북한이 최근 李명박 정부를 맹비난하고 "군사적 대응조치"를 호언하는 등 한국정부에 강경자세를 이어가는 것은 美北관계의 호전을 예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에 있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임시방편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북한이 합리성이 결여된 비(非)정상적인 체제임을 감안, 원칙을 가지고 "확고하고 일관된(firm and steady)"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현재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은 북한 식량위기를 부채질하고 있고, 특히 춘궁기와 6월 모내기 철을 맞아, 한국의 대북지원(식량과 비료)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친북 성향의 단체들은 "인도주의적 지원" 명목과 "한반도 긴장완화" 목적에서라도 대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新정부 출범 이후 제시된 "원칙있는 대북정책"이 북한의 집요한 대남 교란작전과 이에 호응하는 국내 좌파들과의 합동작전에 의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들은 6ㆍ15공동선언과 10ㆍ4남북선언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북한은 지난 주 김태영 합참의장 발언에 대해 "군사적 대응조치"와 "잿더미" 등 극한 표현을 한 이후,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남조선(남한)의 현 위정자들이 북남 사이 화해와 협력을 바란다면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은 민족 공동의 통일강령으로서, 그 이행을 떠나서는 북남관계와 조국통일과 관련된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新정부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인도주의적 지원" 명분하에 북한에 예년에 버금가는 비료와 쌀을 북한에 지원하라는 대내외 압박에 봉착하게 될지 모른다. 북한체제는 이렇듯 위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모든 자원을 투입해 핵무장을 추구하고, 美 군사령관이 최근 지적했듯 800기에 달하는 중단(中短)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적(敵)의 전력(戰力) 강화에 도움이 되는 모든 대북지원 물자는 "전략(戰略)물자"에 해당한다. 이 시점에서 적어도 "수만 톤" 이상의 식량과 비료 지원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아닌 "전략물자 지원"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분배 투명성이 확고하게 전제되지 않는 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40~50만 톤의 대규모 지원이 불가(不可)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일련의 남북 긴장고조와 관련, 軍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우리 민족끼리’와 ‘햇볕정책’으로 포장된 퍼주기식 대북정책의 종언(終焉)을 北에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태영 합참의장은 자신의 "北의 핵공격 기미 시, 선제타격" 발언이 논란을 빚자 "이번에 북한의 트집에 굴복하면 전(前) 정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북한에 계속 끌려다니게 될 것…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여론의 방향을 잘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 軍수뇌부가 의연한 태도로 원칙있게 대응한 것은 오랜만에 국민에게 신뢰를 준 것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식량난이 한반도 안보상황에 암시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北 체제의 위기에 관한 것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은 지 어언 14년에 흐르고 있음에도, 반복되는 북한의 식량위기는 심각한 체제위기를 반영한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북한사회는 이미 치안(治安)이나 질서가 상당한 정도로 무너져 극심한 내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했으며, 北 주민들의 정권 이탈과 그에 따른 괴리감, 불안감, 좌절감 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곧 지난 수십 년 북한체제 유지를 가능케 했던 "주체" 중심의 유일사상체계는 북한 주민들의 ‘내면화(indoctrination)’에 실패했으며,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의 신념체계에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북한 장래는 시간문제일 뿐 머지않아 일대 격동이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막연한 슬로건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기가 한반도 안보와 장래에 시사하는 바를 면밀히 분석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곧 단기적인 對北대책 마련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장래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 수립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 심화는 한반도 안보정세에 여러가지 의미를 던지고 있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재향군인회 안보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