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서울 용산 기지 안에 있는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사령부, 미 8군사령부 등 거의 모든 미군 시설을 경기도 평택으로 옮기는 데 합의했다. 이 합의대로라면 2016년 말까지 미군 기지 이전이 마무리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주한미군 측에서 한미연합사를 서울에 계속 두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겸직)은 27일 이 문제에 대해 "현재 고려는 하고 있지만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한·미 합의에 따르면 연합사는 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으로 넘기는 것에 맞춰 없어질 기구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이 전작권 이양 시기를 1차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미는 북핵 등 한반도 안보 상황에 맞춰 전작권 이양 시기를 재조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사는 앞으로 상당 기간 두 나라 간 군사 동맹의 상징이자 대북(對北) 대응 총괄 역할을 계속 맡게 됐다.
주한미군 측은 한국 국방부와 합참이 서울에 그대로 있는데 미군만 평택으로 내려갈 경우 안보 위기 상황에서 효율적인 공동 대응이 어려울 수 있고, 평상시 한·미 군 지휘부와 실무진 간의 긴밀하고 유기적 협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 국방·외교·통일부 등 안보 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겨가지 않은 것은 우리 안보에서 서울이 갖는 중요성과 대북(對北) 근접성, 한미연합사 체제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연합사가 2016년 말까지 한강 이남으로 옮겨가면 이런 준비와 구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용산기지 내에 있는 미군 시설이 모두 옮겨가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용산공원 조성 계획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곳에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243만㎡ 규모의 생태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연합사의 서울 잔류가 용산공원 계획을 무산시키는 요인이 될 경우 사회적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 내에선 우리 국방부 영내에 있는 합참 신청사 일부를 한미연합사가 쓰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합사의 서울 잔류가 결정될 경우 용산공원 조성 계획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얼마든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26일 서해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발사하면서 대놓고 '주한미군 타격 훈련'이라고 선전했다. 한미연합사의 서울 잔류 결정은 이런 북을 향한 분명하고 확고한 한·미 차원의 경고이자 북의 오판을 막는 억지(抑止)의 상징이 될 것이다. 한·미는 올가을로 예정된 전작권 이양 시기 2차 연기 결정에 맞춰 연합사를 서울에 계속 두는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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