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입법 장사’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자당 소속 의원들을 불체포 특권으로 보호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건 그저께 자정 1분 전이었고, 국회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오늘 0시부터 국회 회기가 시작됐다. 따라서 불체포 특권이 중단된 어제 하루는 검찰이 비리혐의 의원들을 체포해 법원에서 구속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여야 의원 5명은 하루만 버티면 오늘부터 불체포 특권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제히 법원에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요청하는 등 꼼수를 부렸다.
새정치연합 소속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등으로부터 입법로비를 받아 5000만원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조현룡 의원은 철도 부품업체 삼표이앤씨로부터 1억6000만원을 챙겼고, 박상은 의원은 대한제당 및 인천지역 기업체·해운업계로부터 10억여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아침부터 구인장을 들고 의원회관을 찾아 갔으나 해당 의원들과 보좌진은 문 걸어 잠그기, 옆방으로 피하기 같은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였다.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사무실 내 보일러실까지 보여야 하는 수모를 당하고 시시각각 거칠어지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서야 비로소 한 명씩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 5명 가운데 새누리당의 조현룡·박상은 의원의 행태는 더 구차하고 뻔뻔스러웠다. 이들은 이날 의원회관에 아예 출근하지 않거나 전날부터 자기 집에 귀가하지 않은 채 차명폰까지 사용했다. 검찰의 위치추적을 피해 휴대전화를 꺼놓기도 했다. 법의 보호에다 국민 세금을 쓰는 헌법기관이 사법기관의 정당한 법집행을 피하기 위해 잠적과 도주를 거듭하는 행태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검찰이 두 의원의 도주를 돕는 사람도 범인도피죄를 적용하겠다는 단호한 방침을 밝히고 새누리당을 향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진 뒤에야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간에 법원 출두 입장을 밝혔다.
영장실질심사는 인신을 구속하려는 검찰의 요구에 맞서 피의자가 당당하게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할 수 있는 방어권 행사의 자리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방탄국회를 떠올리며 요리조리 피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독재나 행정부의 전횡에 맞서다 부당하게 인신이 구속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사용해야 할 불체포 특권이 지금처럼 남용되는 일을 더 이상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입법부의 방탄국회를 이제부턴 우리 사회와 여론이 막아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