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운(본회 공동회장)
천태지자(天台智者 538-597) 대사는 중국 천태종의 창종자. 수(隋)대의 고승으로 법력이 높아 사부중四部衆의 존경을 받았다. 천태산天台山(절강성 태주시 천태현)에 국청사國淸寺(처음엔 天台寺)를 지어 천태종의 본산으로 삼았다. 한국에선 고려때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그의 법을 따라 천태종을 세웠다.
우리 속담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 진다”는 말이 있다. 烏飛梨落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천태지자대사의 “해원석결解寃釋結”이란 유명한 법문法問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천태지자대사가 어느 날 산중에시 지관止觀 삼매三昧에 들었다. 이 때 산돼지 한 마리가 몸에 화살이 꽂힌채 피를 흘리며 지나 갔다. 곧이어 사냥꾼이 쫓아와 “대사, 산돼지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이렇게 묻는 것이다. 이때 대사가 그를 보고 “엽사여! 우선 활을 버리시오” 하며 다음과 같은 법문을 내렸다
오비이락파사두 烏飛梨落破蛇頭 삼생전三生前에 까마귀가 배나무에서 배를 쪼아 먹다 날아가자, 배가 떨어져 그 아래서 햇볕을 쬐고 있던 뱀이 머리를 맞아 죽었다.
사변저위석전치 蛇變猪爲石轉雉 이렇게 죽은 뱀은 돼지의 몸으로 다시 태어 났고, 뱀을 죽게한 까마귀는 생을 마치고 꿩으로 태어 났는데, 숲속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돼지가 산 언덕에서 칡뿌리를 캐먹다 돌이 굴러서 그 꿩을 죽게 했다.
치작엽인욕사저 雉作獵人欲射猪 이렇게 죽임을 당한 꿩이 다시 사람으로 나서 사냥꾼이 되어 그 돼지를 활로 쏴죽이려 한 것이다. (바로 이때 엽사가 지자대사를 만난 것이다.)
도순위설해원결 導順爲說解寃結 그래서 지자대사가 이들의 삼생사三生事를 훤히 내다 보시고 더 이상 원결과 악연으로 윤회전생輪回轉生 하지 않도록 사냥꾼에게 이처럼 들려 주어 서로간에 얽힌 원한을 풀도록 한 것이다.
지자대사로부터 전생前生 생사生死에 얽힌 이러한 법문을 들은 사냥꾼은 크게 깨우치고 그자리에서 활을 꺾어 던져 버리며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우리는 이와같은 지자대사의 “오비이락”의 법문을 들으면서 고의가 아닌 무심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무서운 업보의 순환이 있을 수 있다는 윤회의 법칙을 깨닫게 된다.
<삼세인과경三世因果經>에는
“중생들이 어리석음으로 인해 악업을 짓고, 한량 없는 과보를 받으니 그 고통을 어찌다 감내하며 또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전생에 지은 복은 금생에 받고 금생에 지은 복은 내가 받고 후손이 받는다”고 하였다.
우리들에게 미래와 내생이 죽어서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자손이 나의 미래요,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이 곧 내생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작은 생명일지라도 사랑하고 좋은 인연을 지으면서 선업善業을 닦아야 한다.
이것이 천태지자대사가 들려 준 “오비이락” 법문의 큰 교훈이다. (일부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