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직권(職權)으로 정기국회 일정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17일부터 상임위 활동을 바로 시작하고 26일 본회의를 연 뒤
다음 달에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정기국회는 지난 1일 시작됐으나 세월호특별법을 이유로 다른 모든 안건과 법안을 볼모
삼은 야당의 초강경 입장에 막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는 여야가 이미 합의하고 상임위와 법사위까지 통과한 91개
법안이 올라가 있다. 의장이 상정시켜 통과시키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정 의장은 후속 국회 운영에 차질을 불러올까 우려해 자제해왔다. 정 의장이
늦게나마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판단 때문일 것이다.
현재
각 상임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서비스산업 육성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을 비롯해 자동차세·주민세 및 담뱃값 인상 등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안건들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30조원 적자(赤字)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도 심의해야 한다. 국회는 그런데도 140일 가까이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데 이어 정기국회 100일 중 보름을 이미 허송했다. 남은 80여일 동안 이 모든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부실(不實) 심의에 막판 무더기 통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 정상화는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야당이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 상임위를 열 수는 있지만 법안 상정과 처리가 안 되게 되어 있다. 야당에 강력한 비토권(權)을 준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처음엔 세월호법을 이유로 국회를 가로막더니 지금은 계파 갈등에 따른 내분에 휩싸인 상태다. 그러나 야당 내분은 야당의 당내(黨內)
사정일 뿐 국회를 멈춰 세울 이유가 못 된다. 새정치연합이 더 이상 국회 정상화를 막았다가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