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改憲)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야 의원 154명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0년 체제를 위한 정치개혁과 개헌’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어 개헌 공론화를 시도했다. 참여 의원 수가 개헌안 발의선인 재적의원 과반이라는 사실에 더해 모임을 주도해온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0월중 특위 구성, 연내 조문화, 내년 상반기 작업 완료’라는 일정 계획까지 밝혀 논의의 밀도를 종전과는 사뭇 달리하기에 이르렀다.
여야를 넘나드는 이같은 개헌 공론화 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블랙홀’ 주장과 대각선상이다. 박 대통령이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론은 한번 시작하면 모든 게 다 빠져든다”며 부정적 인식을 명확히했지만 의원모임 측이 “그래도 논의는 계속해야 한다”고 맞서던 9개월 전 공방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의원모임 측의 개헌 개요도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의원내각제에 초점을 맞춰 ‘반박(反朴)’의 함의 또한 옅지 않다.
이들 개헌론자는 두 가지를 소홀히하든지 간과하고 있다. 첫째, 지금이 개헌을 논의할 적절한 시점인가. 이 의원 등은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 2016년 제20대 총선을 준비해야 하고, 총선 지나면 바로 대선”이라며 지금이 호기(好機)라는 입장이지만 그런 인식부터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의 개헌론’임을 말해준다. 경제와 민생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국가적 중대사가 선거밖에 없다는 식의 화법을 구사하는 것부터 듣기 민망하다. 둘째, 보다 근원적으로 개헌론의 인화성(引火性)을 과소평가하는 인상이다. 개헌안이 정식 의제가 되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정체성을 둘러싼 이념 갈등에 직역(職域) 이기주의까지 겹쳐 그 파장이 이만저만 크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 23일, 세월호 참사 와중에 국회 개헌자문위가 제시한 분권형 개헌안만 해도 현행 10개 장, 130개 조 전부를 11개 장, 161개 조로 거의 전부 고치자는 시안이다. 국회의장 자문 시안이 그 정도이니, 개헌 본격화는 그대로 국론의 사분오열일 것이다. 개헌 담론이 대안의 연구와 검토 차원을 지나 국민적 역량을 흩을 단계로 치닫게 해선 안 된다. 헌정 미래를 위해 진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