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경기도 연천의 접경 지역에서 우리 측 민간단체가 대형 풍선에 달아 하늘로 띄워 올린 대북 전단을 향해 14.5㎜ 고사(高射) 기관총을 발사해 낙탄(落彈) 일부가 민간인 통제선 일대 우리 군부대 주둔지와 연천군 면사무소 등에 떨어졌다. 북이 대북 전단을 직접 공격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우리 군은 이에 맞서 12.7㎜ K-6 기관총 40여발을 대응 사격했다. 그러자 북 전방 초소(GP)가 우리 측 방향으로 사격했고 우리 측도 개인 화기 등으로 응사했다고 한다. 사소한 불씨가 언제든 대형 충돌로 번질 수 있는 휴전선 일대에서 남북 간에 직접 교전(交戰)을 방불케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7일에도 북한군 경비정 한 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남북 함정이 2009년 '대청 해전(海戰)' 이후 처음으로 함포와 기관포 사격을 주고받았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의 실세 3인방이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지 일주일도 안 돼 북은 서해 NLL과 휴전선 일대에서 연쇄 군사적 도발을 저질렀다. 말로는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군사 도발을 서슴지 않는 북의 실체가 또 한 번 드러났다.
북은 그간 전단 살포 중지를 요구하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식의 위협을 거듭해왔다. 북은 대북 전단을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 김씨 왕조의 사치와 인권유린, 남측의 경제 번영 소식 등이 담긴 전단이 북 주민 손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북은 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실제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최근 전단 살포 자제를 공개 요구하고 이날도 현장에 정부 관계자가 직접 나가 만류했다. 그러나 북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민간단체의 자발적 활동을 정부가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37일째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미 당국은 김정은이 과(過)체중과 통풍(痛風) 등으로 정상적 활동은 힘들지만 북한 권력 내부에 이상 징후나 중대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김의 건강 악화설 등 각종 추측과 소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북 내부 정세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민감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북의 일거수일투족에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냉철하게 북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 정치권과 민간단체 역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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