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8일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창설 62주년 기념일이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내조국은 내가 지킨다’는 우국충정의 기치아래 전시 수도인 부산에서 창설된 재향군인회는 올 4월 정기총회를 맞아 1천만 회원 선포식을 갖고 국내 제1안보단체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창군 이후 군문을 나선 예비역들이 1천만을 넘었다는 단순 숫자를 떠나 국가발전과 분단국 안보를 위한 예비역의 책무가 그만큼 더 크게 다가서고 있다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향군은 국군과 함께 변화의 한 축으로 제2안보보루라는 사명과 역할론에 충실하고자 했다. ‘창설60년사’ 출판기념식도 겸한 이 날 행사에서 의미 있는 축하의 말도 오갔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부장관과 육·해·공군참모총장의 축하전문 영상메시지가 향군의 위상을 대변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현실은 해방직후의 이념논쟁과 피를 부른 내분, 6,70년대의 무장공비와의 대결, 6·25전쟁 이후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이어질 뻔 했던 8·18도끼만행, 버마(미얀마) 아웅산 사태 등 수없이 이어진 도발 만행과 비교해 결코 녹록지 않다. 목욕탕으로 치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온탕과 냉탕을 오가야하는 회수가 더 잦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아니 북한의 도발뿐만이 아닌 우리사회 내부의 적으로부터도 더 큰 위협이 상존하고 도전받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 축하연회에서 수도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한 지휘관의 말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우리 국군이 대한민국을 넘보려는 북한군, 그 적을 향해 두 눈 부릅뜨고 전방을 지키고 있다면 후방에서는 자유대한민국을 파괴코자하는 종북세력 제거, 친북좌파척결에 열정을 쏟고 계시는 예비역 선배님들이 계시기에 우리는 후방 걱정을 지우고 언제 어디서 도발할지 모를 전방의 적을 분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경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선배님들께서 종북세력 척결에 나서지 않으셨다면 우리 현역들은 전방은 물론, 후방 뒤를 바라보며 동시에 힘을 분산해야 하는 부담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부대 전 장병은 적개심 고취로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장병 정훈교육에도 보다 큰 관심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한 200여명 예비역들의 우레같은 박수가 터졌음은 말할 나위 없었다. 북한군과 일촉즉발 첨예하게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종북세력의 위험성이 우리 군과 현역 지휘관들에게도 얼마나 큰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말이었다.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무시로 벌어지는 NLL침범과 디도스 공격,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총격도발에서 보듯 북한집단의 도발만행은 미소 띤 이면(裏面)의 위장전술 아래서 행해진다. 현대전은 그야말로 적(敵)과의 동침이다. 전후방이 따로 없는 동시다발전장이다. 북 집단은 어제의 대화에도 오늘 당장 총포탄을 퍼붓는다. 육전과 해전, 공중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종북세력과 고정간첩을 통해 첩보전에 첨단 사이버전은 상상을 불허한다. 이제 전투는 군인만이 한다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자유대한민국체제를 파괴하려는 종북세력들의 기도에도 주춤함이 없다.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보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및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건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그 이전에 향군을 포함한 예비역들로 구성된 많은 보수단체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그리고 심판청구 신청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1월28일 헌재에서의 정부·통합진보당 측 참여 첫 변론 이후 10월21일 16차 변론이 진행되었다. 16차 변론이 있던 이날 향군회원들이 쏟아지는 가을비에 아랑곳없이 헌법재판소(憲裁) 앞에 모였다. 헌재가 더 이상 심판결정을 미적 거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진동했다.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된다고 발언수위를 높였다. 나라의 근간과 국민의 안위를 파괴하고 좀먹으려는 종북세력, 종북정당의 기승을 방치한 채 더 이상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식의 미적거림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비상했다.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결론은 ‘행복한 국민의 삶’을 위함에 있는 것 아닌가. 지구상 하나뿐인 분단국가에서 생명의 위협을 떨치고 국민 각자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요건으로 군인이 후방으로부터 오는 소란과 의구심을 떨치고 오직 전방의 주적을 확고하게 방어하는데 힘을 모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민 전체 안위와도 직결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축하연회장에서 한 지역의 국가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현역장성 지휘관의 소신에 찬 발언은 우리가 국군을 믿고 신뢰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국민의 군대인 군인이 전방을 철통경계하기 위해서는 후방에서의 잡음이 없어야 함은 불문가지 사실이며, 이미 월남을 통해 확인되었다. 국가전복을 도모하는 종북·이적세력의 발호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고,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출처 코나스 / 이현오(칼럼리스트, 수필가. 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