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7일 공무원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늦추고, 고액(高額) 연금자 수령액을 기존
정부안(案)보다 더 삭감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공무원노조 단체들은 다음 달 1일 전국 총궐기 대회를 열어 반대에
나서기로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은 연금 수급자 34만명, 연금 가입자 106만명과 이들의 가족을 합치면 직접 이해 당사자가
400만명이나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금까지 주던 복지 혜택을 줄이거나 빼앗아 당사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작업이다. 더구나 공무원들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의사 결정의 중심에 있었던 집단이어서 그들의 반발은 조직적이고 거셀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로 공무원들이 국민 기대보다
무능(無能)하고 자기들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집단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공무원연금을 고치겠다는 말을 꺼내 들기가 힘들었을지
모른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야당(野黨)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에도 시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공무원연금
보험료를 월 급여의 7.5%에서 9%로 늘리는 개혁을 시도했다가 공무원 단체들 반대에 부딪히자 '공무원연금 지급액 부족분은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약속을 집어넣었다. 현재 매년 수조원씩 세금이 공무원연금 지원에 들어가고 있는 것은 그때의 개악(改惡)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도
연금 지급 개시(開始)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급여 산정 기준을 '퇴직 전 3년 평균 보수'에서 '전체 재직 기간 평균 보수'로 낮추는 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공무원들 반발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보지도 못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패에다 이명박 정부의 부실한 개혁까지 누적된 끝에
이제는 공무원연금을 고치지 않고서는 정부 재정이 더 버티기 힘든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번에도 공무원연금 제도를 바꿔놓지 못한다면
다음 정부에선 누가 정권을 잡든지 임기 5년간 세금 33조원을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補塡)하는 데 집어넣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집권하더라도
매년 6조원 이상 예산을 공무원연금에 주고 나면 정부가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어도 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야당은 자기들이 집권할
경우를 생각해서라도 지금 공무원연금을 고치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폭넓은 공론화 과정이 앞서야 한다'는 모호한 입장이다. 여당의 개혁안에는 미흡한 부분도 있고
공무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는 부분도 있다. 야당은 대안(代案)을 서둘러 만들어 여당과 무릎을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공무원
집단의 반발에 허우적대는 걸 즐기고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나중에 자신들이 집권하면 그 덤터기를 뒤집어쓰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