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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미얀마 모델’이다. 그렇게 하면 북한 체제가 유지되고, 주민 생활 수준은 향상될지 모른다. 그러나 김정은과 최측근들은 권력을 내놔야 할 공산이 크다. 그들에게는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모델’이 어른거릴 것이다. 외부에서 강제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 의회에서 증언했다. 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수직 발사관을 시험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리고 있다. 북한이 수직 발사관 개발을 완료할 경우 한국군이 구축 중인 ‘킬 체인(kill chain)’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북한의 핵개발 정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도 쉬지 않고 핵과 그 운반수단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한국·미국·중국 연쇄 3각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이라는 기존 원칙이 재확인됐다. 그러나 ‘어떻게’는 도출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진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국은 ‘북핵 저지’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며 마냥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과거 6자회담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에 시간벌기용 토크쇼 자리를 마련해 준 셈이 됐다. 따라서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란 또다시 북한에 그런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은 날로 고도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한가롭다. 세월호 침몰 직전, 수학여행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을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북핵 해결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친다면, 북한이 핵 소형화에 성공하고 이를 운반할 미사일과 잠수함 수직 발사관을 실전에 배치한다면, 대한민국호(號)가 침몰될 수 있다.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북핵 문제에 대한 창조적 해법의 절박성은 결코 창조경제보다 덜하지 않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외교안보팀은 대증(對症)에 안주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시기가 연기됐다고 해서, 미국의 ‘안보 우산’이 여전하다고 해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가 교착상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제사회도 움직인다. 개인이든, 국가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황성준(문화일보 논설위원)
위 칼럼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