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신문을 보는 사람들의 수는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TV 시청자의 수는 꽤 많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추세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요 몇 년 사이에 TV 방송사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채널이 엄청 늘어났고, 고용이 증대된 사실은 바람직하지만 방송사들의 생존을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옛날에는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였건만 지금은 출연자들이 하도 많아서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자본주의란 그런 것이라고 하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피나는 경쟁 끝에 살아남는 방송사는 하나나 둘밖에 안 될 겁니다.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란 말이 그래서 생긴 겁니다. 다윈의 ‘진화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방송사들이 뉴스를 보도하기만 해서는 시청률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특종’을 만들어야 하고, 뉴스를 알려만 주다가는 시청자를 잃게 될 것 같아서 뉴스를 만듭니다. 독특한 풀이를 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끕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토론에 나서는 사람들에 의하여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방송사들이 앞을 다투어 침소봉대하는 바람에, 기상천외의 풀이를 하는 바람에, 금시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악몽에서 채 깨어나지도 못했는데 돌연 정연회라는 누군지도 모르는 인물이 등장했고, 박 대통령의 남동생이 (그 이름은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각광을 받게 되었고, ‘실세’를 대신하여 ‘비선’이 나타났고, 문고리 3인방이니 4인방이니 하는 들어보지도 못한 낱말들이 난무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에 못지않게 정계가 뒤숭숭합니다.
그러나 두고 보세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습니다. 정직한 지도자의 실수나 과오는 국민이 관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걱정 마세요.”
출처 조갑제 닷컴 /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