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시 2편<과저사문금(過邸舍聞琴) / 고영유감(顧影有感) >
원 제목 : 西山大師의 시 二題 과저사문금(過邸舍聞琴)> 백설난섬수(白雪亂纖手) 흰 눈으로 어지러이 날리는 섬섬옥수 곡종정미종(曲終情未終) 가락은 멈췄으나 정은 멈추지 않네 추강개경색(秋江開鏡色) 가을 강에는 거울 빛으로 열리더니 화출수청봉(畵出數靑峰) 푸른 두어 봉우리를 그리어냈네. 위 시를 읽어본 독자가 작자를 연상한다면 어떤 부류의 인사이리라고 상기할 것인가. 열에 일곱 여덟은 호방한 한량이리라고 상상할 것이다. 작자를 알아내기 위하여 우선 이 시의 제목을 밝혀 보자. 제목이 <과저사문금(過邸舍聞琴)>이다. 저택을 지나며 거문고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여행길에 큰 저택을 지나다 그 저택 안에서 울려나오는 거문고 소리를 듣고 지은 것이다. 거문고 줄을 튕기는 그 아리따운 손은 흰 눈처럼 고운 섬섬옥수이리라. 이 희고 가녀린 손끝에서 흰 눈이 날리는 듯하다. 한참을 울리더니 곡이 끝났다. 그러나 거문고를 탄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정은 끝나지가 않았다. 곡의 여운도 길이 가겠지만 그것 보다도 이 곡을 들은 이의 정은 그저 상상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이어지는 정으로 상상되는 가락을 그려 본다. 맑은 거울 같은 강물이 연상되는가 하
- 이 종찬 명예교수
- 2019-03-14 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