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공작 피고사건은 아직 재판계류 중이기 때문에 이 모든 사태의 총체적인 결말은 아직 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그 일부분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축소,은폐 피고사건만은 대법원의 무죄확정으로 ‘근거 없는 모해(謀害)'였음이 드러났다. 모해란 무엇인가? 옛날식으로 말하면 '고변(告變)'이다. 멀쩡한 사람을 걸어 사화(士禍)에 휘말리게 한 게 그것이다. 세상에 이걸로 당하는 것처럼 억울하고, 처참하고, 피눈물 나고, 한스러운 게 또 뭐가 있겠나? 김용판 전 청장은 말하자면 그런 꼴을 당한 셈이다.
조선조의 사화를 쏙 빼닮은 ‘김용판 수사방해 피고사건’은 왜 일어났었나? 바로 그의 직계 부하라 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고변 때문이었다. 그녀는 김용판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 수서경찰서의 댓글사건 수사를 축소, 은폐할 것을 지시한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1심, 2심, 3심 재판부 모두가 이 주장을 ‘신빙성 없음’으로 판결했다.
무죄판결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김용판이란 엘리트 관료 한 사람의 ‘양양한 공생활’은 영 망가지고 말았다. 이걸 누가 어떻게 변상한단 말인가? 이와는 정반대로 권은희 수사과장은 그 고변을 한 '공로'로 안철수 새민련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황금배지를 달았다. 유유창천(悠悠蒼天)은 비정하고 무심하다. 도대체 왜, 어떻게 됐기에 이런 ‘거꾸로’ 세상이 있단 말인가? 무고한 사람은 재판을 받고, 남에게 피눈물 나게 한 사람은 고관대작이 되는 세상, 이러고도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있다고 할 수 있나?
권은희 수사과장은 1심 재판부가 김용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을 때 ‘충격적인 재판결과’라며 불만을 표했다. 2심 재판부도 무죄를 때린 직후 그녀는 경찰서에 사표를 냈다. 정계진출을 의도하느냔 질문에 그녀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리곤 꼭 9일만에 안철수 새민련은 그녀를 공천했다. 그녀를 '잔다크'처럼 치켜 세은 세민련도 김용판에게 미한하단 소리는 안 하고 사법부만 나무라 왔다.
김용판 전 청장은 재판결과를 두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했다. 그러나 ’귀정‘으로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권은희 수사과장은 ’김용판은 유죄‘라는 가정 하에서 국회의원 기회를 부여받은 셈이다. ’김용판 유죄(有罪)‘를 전제하고서 안철수 새민련과 지역구 유권자들이 그녀를 '잔다크 대접'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김용판은 무죄'로 판가름 났다. 그녀는 결국 '잔다크'가 아니라 ’모해위증 사건‘의 피고소인일 따름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영광스러운(?) 오늘‘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과 기반은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아니, 어떻게 돼야만 하는가? 이 대답이 제대로 나야 ’사필귀정‘이 된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