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차원에서 복지·재정 전반을 되짚어보고 대안(代案)을 찾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연설에서
복지·증세 등을 다룰 '범국민 조세개혁특위' 구성을 제안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받아들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증세와 적정 복지 수준에
대해 국회가 논의해 국민적 합의가 만들어지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특위가 국민적 대타협으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 문제를 보는 여야의 인식 차이가 크다. 각 정당 내부에서도 이견(異見)이 적지 않다. 여야는 2012년 총선·대선 때
도박판에서 판돈 올리듯 복지 공약 경쟁을 펼쳤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앞으로
있을 국회 논의에선 무엇보다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입장이 중요하다. 새정치연합은 이 나라에 무상 복지의 광풍을 불러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이 OECD 34개국 중 33위다. 복지 혜택이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복지의 초점이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에 맞춰지기보다는 노인·청소년, 보육·가족·여성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선거 득표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에 휘둘린
결과다. 이것을 바로잡는 '복지 재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이와 관련한 국회 논의에서 어떤 성역(聖域)이 있어서도 안
된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5일 한 인터뷰에서 "0~5세 유아 교육, 보육 또는 중고생 무상 급식 등은 기본 복지 사항이므로 축소해선
안 된다"며 "이 분야를 뺀 선별적인 복지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보편적 복지'에서 한발 물러난 듯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복지
정책 중에서 무상 급식·무상 보육처럼 소득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혜택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초연금도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복지 재원은 부자(富者)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통해 조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일은 물론 아시아
경쟁국들은 법인세 인하 쪽으로 가고 있다. 외국의 이런 추세와 달리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의 해외 이전만 늘어날 것이다.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위험이 크다. 최 부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법인세를 성역화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부·여당이 법인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당의
증세 주장이 정치 공세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그에 걸맞은 충분한 근거를 함께 내놔야 한다. 이 나라에 무상 복지 논쟁을 불러온 당사자인
새정치연합은 이 상황을 수습할 합리적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재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