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 정권 최대 과제 중의 하나인 공무원연금개혁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특위와 실무기구 활동 시한이 5월 2일로 정해져 있고 여당은 이달 23일까지를 자체 시한으로 정해 놓았는데 성완종 리스트가 모든 쟁점들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정권을 넘나들며 정계와 관계를 부패시켜온 한 기업인의 메모가 국가적 개혁의 발목을 잡도록 놔둘 수는 없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여 부패인사들을 엄중 단죄하면 될 일이지 다른 국가적 현안과 연계시킬 일이 아니다. 리스트에 나와 있는 현재 권력실세 중 한 사람도 성완종의 구명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과거와는 달리 국정최고책임자의 부패척결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무원연금개혁도 작년 2월 25일 박근혜대통령의 발표로 시동이 걸렸다. 그 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논의하여 같은 해 9월 18일 개혁의 방향을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편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같은 해 5월 29일 50개 단체가 함께 <공적연금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해서 정부의 개혁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9월 22일 한국연금학회가 개최한 공무원연급개혁 정책토론회도 현장에서 공무원 노조(勞組)의 실력행사를 통한 방해로 무산되었다. 이런 강성 노조에 야당이 가세할 때 개혁에 난관이 있으리라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개혁의 일정은 계속되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10월 28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8명 전원의 찬성을 얻은 당론으로 발의하였는데 이에 대해 11월 19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및 국민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의 구성에 합의하였다. 올해 1월 6일 대타협기구 구성을 완료하고 금년 3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한 바 있다.
대타협기구에서는 정부안을 포함하여 그 동안 제시된 5개안을 놓고 타협과 절충을 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새정치연합 문제인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측이 “어느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하거나 성과에 급급해 시한을 정해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하고 “대타협기구의 틀 속에서 공무원들까지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절차 문제로 개혁에 제동을 걸 때는 아니다. 또한 공무원노조의 반발에 끌려 다녀서도 안 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공무원연금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은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 등이 개혁 작업의 최종 단계에서 배제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논의과정에서는 입장을 들어야 하겠지만 최종 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집권당의 몫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중대 현안이다. 박근혜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 바 있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국가예산에서 매일 80억 원씩의 연금 보존액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국회가 시한 내에 이 개혁을 마무리 하지 못하면 내년부턴 매일 100억 원씩 연간 3조7,00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고, 5년 후엔 매일 200억 원씩 연간 7조4,000억 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작년 2014년의 경우 총 국가부채는 1211조원으로 계산되었는데 그 중에서 644조원(총 부채의 53%)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인한 부채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 개인당 부담액이 1048원이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이상이 공무원연급개혁을 지지한다는 것은 그 만큼 이 문제가 국민의 이해에 직결된 초당(超黨)적 사안임을 말해준다.
이번 개혁을 이룩하지 못한다면 언제 개혁이 재개될지 알 수 없다. 이번이 유권자의 표만을 의식하는 대중 영합적 정치 속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개혁을 이룩하지 못하면 우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책임을 지는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자 하다면 청와대와 여야 3자가 그 필요성에 동의한 공무원연금개혁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국민과 미래 세대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천구, 서울디지털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