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국 4곳의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 새누리당이 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성남 중원에서 이겼다. 광주 서을에선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당선됐다. 새정치연합은 한 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당연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었다. 현직
총리,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현 정권 실세들이 수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여당에 커다란 악재(惡材)였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에 매를 들었다. 성완종씨가 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나 특별사면의 특혜를 받고,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각각 맡았던 사실이 드러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야권 후보가 난립해 표가 분열된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국민이 지금의 야당을 '안심하고 국정을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배자는 아무래도 새정치연합 문 대표이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 호재가 있었는데도 새정치연합은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에서
완패했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텃밭으로 여겨온 순천·곡성을 새누리당에 내준 데 이어 이번엔 호남 정치의 핵(核)이랄
수 있는 광주에서 22.6%포인트의 큰 득표 차이로 무소속 후보에게 졌다. 야권 안팎에선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문 대표가 진 선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호남 민심이 문 대표를 버렸다"는 극단적 평가까지 나온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취임한 뒤 줄곧
'경제정당·안보정당론'을 주장해왔다. 경제와 안보 문제에서 국민의 불안감을 덜고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아직은 문 대표의 그런 노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 대표가 성완종 사면 특혜 의혹에 대해 분명히
설명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국민 눈에는 부정적으로 비친 듯하다.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세 지역은 헌재가
'종북 세력'으로 규정해 강제 해산시킨 옛 통합진보당이 의석을 갖고 있던 곳이다.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은 통진당 소속 전직 의원 3명은
"헌재 결정의 부당함을 인정받겠다"며 이번 재·보선에서 출신 지역구에 모두 출마했다. 하지만 서울과 광주에 나섰던 전직 통진당 의원들은 중도
하차했다. 성남에서 완주한 옛 통진당 의원도 당선권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심판에 이어 이번에는 국민이 표(票)로써 종북
세력에 대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재·보선 결과를 성완종 스캔들에 대한 면죄부로
받아들인다면 큰 오판이다. 박 대통령과 여당이 선거 성적에 취해 오만한 태도로 정국을 끌고 가려 할 경우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선거는 끝났다. 여야는 이제 공무원 연금 개혁, 노동 개혁과 같은 시급한 국가적 현안 해결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공공 개혁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걸린 과제들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민이 야당에도 정권을 맡길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갖게 하려면 야당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