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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출범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불씨는 야당이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 호재에도 4·29
재·보선에서 전패(全敗)한 것이었다. 지난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노(非盧)계 주승용 최고위원이 문 대표의 책임을 거론하며 결단을 촉구했다가
정청래 최고위원으로부터 "사퇴 공갈치지 말라"는 막말을 들은 뒤 최고위원직을 내던지면서 일이 커졌다. 이 와중에 유승희 최고위원은 '봄날은
간다'를 노래하면서 '막장 최고위원회의'란 평가를 들었다.
문 대표의 당내 리더십은 현재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문 대표가 당 내분 수습을 위해 계파 중진들에게 '원탁회의'를 제안했지만 누구도 응하지 않고 있다. 10일 저녁 긴급 소집한 최고위원회의에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불참했다. 11일에는 김한길 전 당대표가 "문 대표는 더 시간을 끌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기름을 부었다. 지난 대표 경선에서 문 대표와 겨뤘던 박지원 의원도 며칠 전 문 대표의 거취를 문제 삼았다.
문 대표가 지난 2월 당권을 잡으면서 했던 첫 번째 약속이 '당내 계파(系派) 청산'이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또다시 친노 대 비노의 고질적인 계파 다툼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비노 측은 문 대표가 취임 후 3개월 동안 당내에서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서 몇몇 비선의 친노 측근에게만 의존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할 때마다 '소통 부족'과 '측근 의존'을 문제 삼았다. 그런 문 대표가 당을 운영하면서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 대표가 재·보선에서 진 뒤 말로만 '반성'하고 '쇄신'을 다짐하는 것으로 어물쩍 상황을 넘기려 했던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문 대표는 취임 후 줄곧 '경제 정당' '민생 정당'을 외쳤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재·보선 직후 공무원연금 논의에서 결코 개혁이라고 볼 수 없는 안(案)을 밀어붙였다. 나아가 국민 부담을 키우는 국민연금 개정안까지 고집하며 민심과 엇나갔다. 이렇게 오락가락해서야 어떻게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문 대표는 11일 당 내분 상황에 대해 직접 사과했지만 혼란은 더 커져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외교·안보·사회적 난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럴 때 국정에 절반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제1 야당이 내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 야당 자신뿐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문 대표는 다음에 나라를 맡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그런 문 대표가 당 내분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고 자신이 이끄는 정당의 쇄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은 리더의 기본 자질에 관한 문제다. 문 대표는 자신의 리더십이 중대 기로에 섰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