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70주년을 맞아 17일 서울 조계사에서 한국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무차대재가 봉행됐다. |
17일 오전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는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 일환으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수륙무차대재’가 봉행됐다.
추모법회 전인 오전 9시30분, 도량을 맑히는 의식이 시작됐다. 스님과 대중이 가마에 영가(靈駕)를 모시고 일주문 안으로 들어와 ‘대령소’에 모셨다. 이어 도량을 깨끗이 하고 경계를 정하는 도량결계 의식, ‘관욕소’에서 영가의 고단함과 번뇌를 씻어 주는 의식도 진행됐다.
오전 10시 30분 추모법회가 시작됐다. 세계평화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세계 종교 지도자들과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를 비롯한 스님들과 신도 1000여 명이 도량을 가득 메웠다. 조계종이 초청한 북측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추모법회에 앞서 영가들의 위패를 모시는 의식이 진행됐다. |
자승스님은 “참석하신 모든 대중들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를 이루는 자리가 되도록 고결한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하며 “그리하여 한 마음으로 봉행한 수륙무차대재를 통해 어리석음에 빠진 중생들을 무명에서 벗어나도록 깨우쳐 살리자”고 서원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는 법석에 올라 영가들의 넋을 위로했다. 스님은 “한국전쟁과 세월호 참사, 네팔 대지진 참사로 희생된 영가 그리고 이 땅과 바다와 강에서 돌아가신 유주무주의 모든 영가들이 애착과 집착, 원한과 미련을 다 내려놓고 부처님 국토 극락세계에서 억만년이 다하도록 진리의 낙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법문했다.
추도사는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네덜란드대사가 맡았다. 로디 대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주년인 올해는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제 남과 북이 더욱 가까워지고 전쟁의 희생자들이 모두 평화 속에 편히 쉬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륙무차대재 동참자들은 종정 진제스님을 시작으로 영단에 헌화를 하고, 국악인 박애리 씨가 봉은국악합주단의 반주로 찬불가 ‘어화너’를 부르며 영가를 위로하는 것으로 법회가 마무리 됐다.
영단에 헌화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
수륙무차대재는 ‘천지명양수륙무차평등대재’의 줄임말로 온 천지와 수륙에 존재하는 고혼(孤魂)을 천도하고 살아있는 자의 복을 빌기 위해 지래는 불교의 대표적인 의례다. 이날 조계사에서 봉행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수륙무차대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5호 삼화사 국행수륙재와 제126호 진관사 국행수륙재 그리고 장경사가 함께 봉행했다.
수륙무차대재 법어 한국전쟁에서 희생되신 대한민국 국군, 유엔 참전용사, 북한군, 중국군과 민간인 등 모든 영가, 生也一片吹毛劍 <생야일편취모검>이요 삶 자체가 한 조각 취모검이요, 죽음 그 자체도 한 조각 취모검이로다. 2015.05.17. |
인 사 말
수륙재는 우리 전통문화 중에서 세계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무형문화 유산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유주, 무주의 모든 중생들이 행복해지는 불교의식으로 고려시대부터 천 년 동안이나 전승되어온 장엄하고 성대한 의례입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전승되고 있는 삼화사와 진관사 국행수륙재가 오늘 이 자리 조계사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의 대중 모두는 물에 살거나 뭍에 살거나. 사람이나 미물이나,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구별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중생을 위로하고 깨달음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 수륙무차대재는 남과 북 그리고 동과 서, 차별을 두지 않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모든 국가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뜻 깊은 자리이기에, 전례를 보더라도 더할 나위없는 지극한 발원입니다. 분단된 한반도의 갈등은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채 이 땅에 남아있습니다. 오늘 조계사에 펼친 수륙도량은 남과 북을 비롯하여 한국전쟁에 참전한
모든 국가들의 영령들을 영원히 고통 없는 열반으로 인도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이번 네팔의 지진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지난해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 그리고 가족들 모두 함께 위로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오늘 참석하신 내외빈과 불자님들의 기원도 모두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불기 2559년 5월 17일
출처 불교포커스 / 여수령 기자 | budgate@hanmail.net |